상반기 10대 기업 투자가 9% 급감하고, 현금성 자산은 10% 이상 증가했다. 경기가 불확실하자 투자를 하지 않은 결과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지주사 및 금융지주 제외)의 상반기 투자는 13조817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5조236억원보다 1조3856억원(9.1%) 감소했다. 투자규모는 현금흐름표상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에서 유·무형 자산이나 투자자산 취득분을 더한 것이다. 분기별 투자는 2분기가 7조1583억원으로 작년 2분기 8조5721억원보다 1조4138억원(16.5%) 줄었다.
기업별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투자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6조247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2조5527억원으로 3조6520억원(-58.9%) 줄었다. 투자자산 취득이 늘었지만 유·무형자산 투자가 4조원 이상 급감했다. SK텔레콤은 투자자산 취득이 1조원 이상 감소한 영향으로 전체 투자가 2조500억원에서 9483억원으로 급락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8503억원에서 올해 1조8101억원으로 9598억원(112.9%) 급증했으며 한국전력은 1조8147억원에서 3조815억원으로 1조2668억원(69.8%) 늘리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최대 투자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투자 급감에는 반도체 시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1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6월말 현재 24조3134억원으로 작년 말 22조149억원보다 2조2985억원(10.4%) 증가했다. 자금 여력이 늘어났음에도 투자 활동이 위축되면서 10대 그룹사의 유보율은 1000%에 육박했다.
자산 총액 기준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6월말 962.98%로 1년 전보다 44.29%포인트 높아졌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 또는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 수준에 달한다는 것. 이 비율이 높으면 통상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생산적인 부문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룹별로는 포스코가 5870.84%로 가장 높았으며 현대중공업(2005.30%), 삼성(1813.26%), SK(1598.79%), 롯데(1368.07%) 등의 순이었다. 현대자동차(644.80%)와 GS(656.78%), LG(381.62%) 등은 상대적으로 유보율이 낮았다.
김준배·허정윤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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