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홍콩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자본 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한 동남아 등 신흥 틈새시장을 노리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주요 해외 투자금융(IB)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전면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해 시장 흐름 파악이 끝난 만큼 올해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본격적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증권가 수장들이 부임하면서 공통적으로 ‘해외 IB시장 공략’을 앞세운 바 있어 이 같은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덩치’를 키우자=삼성증권은 지난18일 홍콩 금융중심가인 센트럴 교역광장 빌딩에 현지 IB업무를 위한 사무소를 열었다. 홍콩 현지에 IB 사업을 위해 대규모 전담 조직을 출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법인은 기업공개, 증자, 인수합병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현지 기관 대상 주식중개, 직접운용, 자기자본 투자(PI) 등 4개 사업을 추진한다.
대우증권은 홍콩에서 20여년간 브로커리지와 IB업무를 해온 홍콩현지법인을 확대 개편해 해외 부문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홍콩에 있는 산업은행(KDB)아시아와의 공조를 통해 홍콩 현지법인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향후 홍콩법인 업무를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해 국내 주식 및 채권 위탁매매, PI 등으로 확대해 해외부문 수익비중을 30%까지 키운다는 복안이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최근 현지 증권선물거래소(SFC)로부터 인가 받은 9개 역외펀드의 판매에 나서는 등 자사의 강점인 한국산 펀드 수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왜 홍콩인가=금융사들이 홍콩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홍콩이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채널로 골드만삭스, UBS 등 전 세계 투자은행의 격전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시장인 홍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이나 범중화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도 크다. 중국은 연평균 8%대의 아시아 최고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신흥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증권사라면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다.
일단 홍콩이라는 거점을 확보한다면 아시아 지역 확장을 위한 근거지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이후 중국시장 진출은 수월해진다.
곽병찬 금융투자협회 해외사업팀 팀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서 홍콩 시장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근 홍콩 시장이 깊은 침체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증권사들이 이 기회를 잡으려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