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마케팅에 색깔을 입혀라

[데스크칼럼]마케팅에 색깔을 입혀라

 사람이든 기업이든 저마다 색깔이 존재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파이널 라운드가 열리는 날에는 항상 빨간 셔츠를 입는다. 이유에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빨간 셔츠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크리스마스에는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난다.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왜 빨간색일까. 정답은 코카콜라사에 있다. 1931년 겨울 코카콜라사는 판매부진을 걱정하다가 헤드 선드블롬이란 화가에게 의뢰해 회사의 로고인 붉은색(콜라)과 흰색(거품)을 사용해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창조해냈고 이것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색을 자사의 제품 이미지로 부각시킴으로써 비수기 매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최근 디지털 천국을 자랑하는 일본의 가전양판점을 둘러보기 위해 신주쿠와 아키하바라를 방문했다. 규모에 감탄했고 방문객에 더욱 놀랐다. 평일 아침 10시인데도 계산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양손에는 전자제품이 들려 있었다. 국내 전자전문점과 비교해보니 너무나 다른 영상이 스쳐갔다. 이들을 여기로 모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레일사이드 출점전략이다. 10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모이는 복수철도 역사 통로에는 반드시 가전양판점과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다. 개찰구에서 3분 이내에 방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진에 빠진 백화점 점포를 통째로 빌려 대형 출점을 꾀했다. 취급품목도 확대했다. 70만개의 압도적인 상품력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일본 가전양판점은 휴게실로도 이용된다. 국내 전자전문점의 체험 매장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요도바시카메라의 헤드세트 매장은 100여종을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제품을 개봉해 놓았다. 안마의자 역시 우리가 많아야 2∼3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오픈해 놓았지만 요도바시카메라는 20여종의 제품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요도바시카메라가 ‘규모의 경제’라는 색깔이 있다면 신주쿠에 위치한 빅카메라는 재미와 흥미가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 매장에는 하드웨어 본체뿐만 아니라 필름, 렌즈, 삼각대, 가방, 먼지털이, 타올, 메모리 등 사진을 찍기 위한 다양한 주변기기부터 전문서적, 출사 일정과 동호회까지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카메라 필름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세심함까지 묻어난다. 또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같은 기기에 고객카드를 넣으면 화면이 돌아가면서 1일 1회 포인트를 얹어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다. 매장에 재미를 더한 셈이다.

 물론 국내 전자전문점과 비교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매장 규모나 상품군에서도 확연한 차이다. 하지만 고객 인사이트를 반영한 우리만의 색깔을 입힐 수는 있지 않을까. 집객력과 매장 디스플레이, 편의서비스, 객단가 향상, 로코스트 경영 등 일본 가전양판점에서 배울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의옥조옥(倚玉雕玉)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옥을 빌려 내 옥을 다듬는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방식을 바탕으로 나만의 색깔을 창조할 수 있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의 저서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는 구매 패턴 내용이 나온다. 소비자의 구매 가운데 약 35%는 계획에 의해서 이뤄지지만 65%는 판매장소에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매장에 차별화된 색깔을 입혀야 매출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상품이 기능과 품질만 좋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김동석 생활산업부 차장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