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CEO `청년창업` 좌담회] "체계적 창업교육 필요하다"

[내일은 CEO `청년창업` 좌담회] "체계적 창업교육 필요하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진수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창업대학원 사업단장)

△남춘애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전국 비즈쿨 교사협의회장)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

△최수규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사회 : 김영식 창업진흥원 이사장(금호공대교수)

◇사회(김영식 창업진흥원 이사장)=최근 사회적으로 창업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창업이 늘고 있는 배경과 이유는 무엇이고, 예년에 비해 어느 정도나 늘었는가.

◇김진수(중앙대 상경학부 교수)=중기청 사이트나 통계자료 확인한 결과 확실히 가시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다. 특히 연구원이나 기술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몇몇 대학에서 과거 대학당 연평균 1∼2건이던 건수가 10여건으로 증가했다. 예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창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교수 연구원 창업은 올해 495명으로, 100명 안팎이던 예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창업이 증가한 배경으로는 중기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창업 지원 방안이 크게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마치 숨통을 터주듯이 각종 지원정책이 제시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창업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각 지자체들이 시행하는 영세 자영업자 특례보증이나 무료 창업 강좌 등의 지원도 창업 활성화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정부가 창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산업계가 느끼는 창업 지원책에 대한 체감온도는 어떤가.

◇민동욱(엠씨넥스 사장)=사실 일반 기업에서 정부의 창업지원책에 대해 느끼는 체감온도는 크지 않다.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 확보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은 어떻게 하면 체질을 개선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최근 2∼3년간 정부의 산업정책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화두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구조조정이나 업종 변환 등이 매출 창출을 위한 변용된 창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용창출이나 사업 전환 같은 것도 광범위한 창업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고용창출, 재화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런 식의 정부 지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 경쟁력 있던 산업이 최근에도 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결코 아니다. 정부측에서 보면 주로 10∼20년전 만들어졌던 실무, 재적성 교육들이 많은데, 산업계 측면에서 볼때 현실을 고려해 새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업종을 변환하거나 이업종간 접목, 구조 조정하는 업체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찌됐든 최근 3∼4년간 정부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좀 더 구체적으로 산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체질 변화를 위한 아이템이나 육성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수규(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정부 정책중에 사업전환제도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

◇사회=사회적으로 창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어떻게 보는가.

◇민동욱=성공사례에 대한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잘못된 회사의 익명성을 거론하기는 그렇지만, 그러한 사례를 통해 역으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과거 10년과 최근 5년간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정말 신선한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통해 큰 부를 이룬 경우도 있을 것이고, 고용창출이나 내수진작, 수출성공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스펙트럼이 많다면 창업 분위기에 큰 영향 미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파산 등 실패 사례도 발굴해 후발 기업들이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산업계가 창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성공인자가 무엇인지, 진짜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고, 실패 요인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회=정부가 추진중인 비즈쿨 사업이 일선학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이 사업을 현재 전문계 고교에서 일반 고교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춘애=비즈쿨은 경제, 경영, 창업 교육을 내포하는 비즈니스 종합 교육이다. 일선 학교에서의 비즈쿨의 인기비결은 이 교육이 21세기형 새로운 직업 교육 문화를 만들어내는 길 중의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어진 직무만을 잘 수행해내는 수동적인 존재를 길러내는 전통적인 취업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직업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를 통해 비즈니스를 배우고, 단편적인 교육이 아니라 종합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러한 교육은 당연히 일반계고로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좋은 대학만이 평생 직장을 보장해준다는 학부모들의 인식과 교육체계가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경제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직업교육, 경제교육, 창업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오늘날 청년 실업 증가와 함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는 중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는 필수적으로 유치원 교육부터 체계적이고 다채로운 직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모의 실험을 통해 직업 교육 졸업자의 창업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향후 직업인이 될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자가 재학중에 창업 개념과 기업가정신, 창업 경영기술을 익힐 수 있는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초,중고, 전문대학·산업대학·직업학교·기능대학·4년제대학, 평생교육까지 연계돼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민동욱=중·고교때 배웠던 교육은 한 사람의 적성을 찾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즈쿨 프로그램이 초·중학교에도 도입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유치원생들에게도 동네 소방서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던데, 초중학교에도 기업 방문 프로그램 등을 개설했으면 좋을 듯 하다.

◇최수규=미국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여름·겨울 방학 때 어린이 창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제도 도입을 위해 미국을 벤치마킹하는 중이다.

◇김진수=일반계고의 가장 큰 문제는 입시·진학위주 교육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기청이 교과부와 같이 위원회를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만 정말 실효성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도입중인 입학사정관제에서 창업 등의 항목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대학내 창업 강좌가 많이 늘고 있다. 강좌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어떤 부분에 더 중점을 둬 지원해야 하나

◇최수규=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2006년부터 대학의 창업강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말까지 100개 대학에서 1만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창업 기초교육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요령 등 실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창업 강좌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종전에는 일률적으로 500만원씩 지원하던 것을 개선해 등급별로 차등 지원하고 있다. 또 이공계 대학에 대해 우대 지원을 하고, 영상·공예·디자인 등 특화 분야는 우선 선정을 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과 교육 이수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효과성이 높고 전문성이 있는 창업 교육이 이뤄지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

◇사회=현 정부에서는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둬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 구체적인 사업은 무엇이 있는가.

◇최수규=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IMF 외환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한 벤처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기술 창업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대통령 주재로 4회에 걸쳐 창업절차 간소화, 기술창업 활성화 등의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 결과 올해 창업지원 예산은 1조35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구체적인 창업 지원사업으로는 최저자본금제도 폐지, 재택창업시스템 구축, 비즈쿨·대학 창업강좌 등 창업교육, 아이디어 상업화, 실험실 창업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 전반에 걸친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해 창업로드쇼, 대한민국 창업대전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사회=창업과 관련된 정부의 프로그램이 많아도 일선 현장에서 어떤 정책이 있는지 접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다. 현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지원대책은 무엇인가.

◇민동욱=이미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창업 지원자 등이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고 본다. 편의성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방향성을 갖도록 홍보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기보·신보 등 각각의 지원사이트를 접속해보면 잘 돼 있지만, 이를 통합·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적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양방향 정책이 돼야 한다. 각각의 기관 윈도우가 상징성을 갖도록 하고, 사용자와 Q&A 등을 통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학계 등에서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진수=창업 성공률 제고 측면에서 단기적인 처방과 중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창업 성공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창업 성공 인프라는 교육과 연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창업 관련 교육사업과 연구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첫번째로 교육 측면에서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비즈쿨, 대학생 창업강좌 프로그램 외에 창업관련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심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창업 교육 담당자들의 자질 및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우수한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육자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창업 전문 교육가들이 많지 않다. 근데 현실은 창업을 전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 일선 교수나 교사의 역량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가칭)창업 스칼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수 요원이 단기간에 핵심 노하우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구활성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미국중소기업기업가정신협회’와 같이 산·학·관계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영리단체 성격의 기업가정신협회 또는 연구소가 설립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 해외에는 창업 관련 저널만 43개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학회가 2곳 밖에 없다. 매년 연구저널 등을 쏟아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크게 부족하다. 국내에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 수요가 많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자 대학별, 개인별로 산발적으로 진행하다보니 관련 지식 및 노하우가 제대로 축적되지 못하고 공유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한국기업가정신협회나 연구소를 설립해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 등에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려는 국가도 많다.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국제교류 활성화 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사회=정부의 향후 창업 지원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최수규=최근 신설법인이 증가하는 등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창업 분위기가 되살아나는 움직임이 나타났지지만, 아직도 전반적으로는 창업이 부진한 가운데 기술창업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기술창업의 원천인 교수·연구원 창업이 감소하고, 벤처기업 CEO의 젊은 층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청년층의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해 성공한 CEO들의 특강 등을 통해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가 정신 확산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물론, 기존 사업도 차질없이 추진하고,창업 예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고,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해 나가는 한편 질좋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

정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