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가 과학위성을 우주발사체와 분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정상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KAIST 인공위성센터는 정상궤도에서 벗어났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정확한 결과는 26일 오전 교신을 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5일 오후 6시 10분께 기자 간담회에서 “2단계 로켓 분리, 위성 분리에는 성공했으나 목표궤도에는 정확히 올려 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러시아 측과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인을 규명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비록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나로호 개발을 통해 우리 땅에 우리 손으로 발사장을 지었고 발사 설계부터 운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경험한 것은 소중한 기술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사가 실패로 결정나게 되면 러시아와의 계약에 따라 두 번째 발사는 내년 5월에 진행된다.
나로우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9분 뒤 고도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와 분리돼야 했지만, 이보다 36㎞ 높은 고도 342㎞에서 분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제작한 2단 로켓의 킥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으며, 위성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현재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러 공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또 정부 차원의 우주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도 병행해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교과부는 전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목표궤도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현재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위성은 자체 추진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발사 광경을 지켜보며 환호했던 과학기술계와 국민들은 궤도진입 실패 소식이 전해진 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병만 장관 공식 브리핑 이전까지만 해도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분석됐으나 당초 5시 40분에 예정됐던 공식 브리핑이 6시 10분으로 갑자기 미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나로호는 이날 오후 5시 정각에 발사대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으며 54초 만에 음속을 돌파하고 대기권도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나로우주센터는 정상궤도 진입 실패 소식에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국무회의 도중 정상궤도 진입 실패를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비록 궤도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며 “7전8기가 안 되면 8전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 우주강국의 꿈을 꼭 이뤄야 한다. 이번 시도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당부했다.
교과부는 한·러 공동사고조사위원회에서 파악된 조사결과를 전문가들에게 검토 의뢰한 뒤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고흥=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