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CD 산업 성숙기 진입 가시화" 진단

노트북 컴퓨터나 TV 등의 화면장치로 쓰이는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상황에서 이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삼성전자가 기존 시장의 포화 가능성을 예고해 주목되고 있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 사업부 사장은 26일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협의회에 LCD 사업 추진 현황과 전망을 보고하면서 “LCD 산업의 성숙기 진입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 사장은 “삼성이 2002년 LCD 분야에서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한 이후 판매량은 연평균 40%씩 증가하고 매출은 26%씩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LCD 시장 규모도 2004년 352억 달러에서 지난해는 메모리 반도체(400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719억 달러로 급성장했다며 “LCD 산업의 성숙기가 코앞에 와 있어 매출성장이 정체될 염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TV, 모니터, 노트북에 이어 신성장 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과제라고 역설했다.

기존 글로벌 LCD 시장의 포화 가능성에 대한 삼성그룹 CEO의 조심스러운 전망은 경쟁상대인 LG그룹이 중국에 대규모 LCD 패널 공장을 세우기로 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廣州)에 8세대 LCD 패널 공장을 세우기 위해 최근 광저우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LG는 총 투자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의 8세대 LCD 생산 시설에 투자한 금액을 고려할 때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25일 삼성전자와 LCD 패널 상호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나서 “중국 현지 LCD 업체 4~5곳의 상황이 좋지 않고, 기존 업체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중국에 진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 진출하면 국내 핵심 인력 500~1천 명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중국 시장 TV 점유율이 25% 내외지만 LCD에 투자하면 그 생산분량만큼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의 장 사장은 같은 자리에서 중국에 7세대 또는 8세대 LCD 공장을 짓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진출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91년 LCD 사업을 시작한 삼성은 노트북, 모니터, TV용으로 LCD 사업영역을 넓혀 2002년부터 매출 기준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며 LG와 치열한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충남 탕정 등 국내 3곳과 중국 및 슬로바키아에 1곳씩, 총 5개의 LCD 공장을 가동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대형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 6월 기준으로 각각 1천147만3천대와 1천125만5천대로, 월간 기준으로 두 회사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6월 대형 LCD 매출에선 삼성전자가 15억1천100만 달러로 LG디스플레이(13억3천100만 달러)를 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