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CD 전략` 바꾸나

삼성전자 `LCD 전략` 바꾸나

 전세계 LCD 패널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과거와는 다른 경영 전략 변화의 가능성을 예고해 주목된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은 26일 사장단 협의회 브리핑을 통해 “LCD 시장이 성숙(포화)기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면서 “매출 성장의 정체가 눈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2년이후 연평균 판매량 40%, 매출액은 26%씩 고속 신장세를 유지했으나 이제는 성장 둔화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뜻이다. 전세계 LCD 패널 선두 기업의 수장이 곧 다가올 시장 전반의 위기 상황을 미리 진단한 것이다.

특히 장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과거 10여년간 최우선 경영 기조로 이어왔던 ‘양산 경쟁력 선두’ 전략을 ‘수익성 경쟁력’ 기조로 전환할 것임을 간접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관심을 끈다. 실제 TV용 LCD 패널을 제외하면 이미 IT용 패널 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지난 2005년 4월 삼성전자가 세계 처음 양산 가동한 7세대 라인을 기점으로, 점차 대면적 양산 라인으로 진화하면서 투자 효율성도 반감되는 추세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7세대 이후 팹 대형화에 따라 재료비와 장비 투자비는 훨씬 커진 반면, 유발되는 한계 효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며 “지금은 설비 투자 확대보다는 고객 구조 개선을 통한 실매출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LCD 패널 양산 능력이 곧 매출 실적으로 직결됐다면 최근 시장 추세는 주요 TV 고객사 확보 여부에서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세계 시장 2위인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보다 양산 능력에서는 뒤지면서도 올해 들어 거의 비슷한 실적을 기록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심지어 지난 2분기에는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과거 10여년간의 LCD 사업 전략을 큰 틀에서 변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상완 전 사장 시절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7세대 LCD 라인을 시작으로 양산 경쟁 우위 전략을 통해 후발 주자들을 따돌려왔다. 이른바 ‘퍼스트 무버’ 전략이었다.

반면 최근 2∼3년간 LG디스플레이는 위험 부담이 큰 설비 투자 경쟁보다는 현명한 2등, 즉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해왔다. 삼성전자가 수익성 위주로 본격적인 전략 선회를 모색할 경우 지난 2007년부터 공언했던 ‘11세대 LCD 라인’ 투자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장치 산업의 특성과 세계 시장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무리한 세대 경쟁보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놓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양산 경쟁력 선두의 자리 또한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사적인 공감대”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