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드 시장 `특허 회오리`

 국내 스마트카드 시장에 ‘특허 회오리’가 불어닥쳤다. 외국 업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카드 제조 핵심 기술의 라이선스권을 국내의 한 업체가 구매, 경쟁사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스마트카드 중 수천만장 정도가 이 특허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금융권과 교통 등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는 업체와 제조사들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카드 업체인 제이디씨텍(대표 강성일)은 경쟁사인 바이오스마트(대표 박혜린)를 상대로 이달 초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1차 심리는 오는 31일 열린다. 가처분신청 소송은 첫 심리 후 30일 이내에 판결이 나는 것이 통례여서 9월 중에 이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판결 여부에 따라 스마트카드 원가 상승 등 스마트카드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스마트카드는 IC칩, 칩운용체계(COS), 인레이(Inlay)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된 부문은 인레이 부분이다.

 인레이는 스마트카드와 단말기 간 주파수 통신을 위해 스마트카드 내부에 삽입하는 안테나용 코일을 감아 놓은 것으로 스마트카드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이 인레이에 플라스틱을 붙여 압축하면 스마트카드가 된다.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레이 대부분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마트랙(SMARTRAC)의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약 5600만장의 스마트카드가 시중에 공급됐다. 업계는 이 중 스마트랙의 기술을 사용한 인레이로 제조된 스마트카드가 3000만장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제이디씨텍은 스마트랙에 150만달러를 주고 특허 전용 실시권을 획득, 라이선스료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는 10여 곳의 스마트카드 제조업체가 있는데 제이디씨텍은 바이오스마트에만 소송을 걸었다. 두 회사는 이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으며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40% 안팎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카드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부분의 스마트카드 업체들이 영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같은 사태까지 발생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