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그린이 화두다. 누구나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값싸게 만들어내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그린 IT의 중요한 한 갈래기도 하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감 기술이다. 이를 제5의 에너지라고 한다. 특히 반도체와 컴퓨터 산업은 구리선을 따라 움직이는 전자들에 의해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신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 등에서 IBM이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물로 냉각시키고 그 결과 데워진 온수를 사무실에 공급할 수 있는 혁신적인 물냉각시스템 개발한 것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서버 밸런싱 알고리듬을 개발해 데이터 센터 내의 전기 소비를 40%나 절감시켰다는 최근의 기술개발, 연구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바야흐로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녹색성장위원회도 2009년 5월 13일 다양한 에너지 절감 방안이 담긴 그린 IT 국가전략과 녹색융합기술 연구개발전략, 그리고 그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그린 IT 제품을 개발하고 에너지 소비량 20% 이상을 절감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IDC는 2013년까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시켜 전력효율을 40% 향상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기존 IT를 기반으로 저탄소화 및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서는 2013년까지 315만톤의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20% 절감시키려고 한다. IT를 융합한 제조업의 그린화로는 2013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8% 향상시켜 690만톤의 탄소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녹색기술 연구개발 시행계획을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0조9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 등의 에너지원 기술, 조명용 LED 등의 에너지고효율화기술, 고효율 저공해차량 등의 산업/공간 녹색화기술, 기후변화 예측 및 탄소포집저장 등의 환경보호/자원순환기술, 그리고 가상현실의 무공해경제활동기술 등 27대 중점기술의 원천기술 및 융합·실증기술을 연구개발해 온실가스 배출규제 적용이 예상되는 2013년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쏟는다는 것 자체는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린IT 국가전략과 연구개발 전략에 아쉬움도 크다. 발표된 내용에는 그저 목표치만 나와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연구개발 과제가 없다. 컴퓨터를 끄고 전기를 꺼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에너지를 절감시킬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절감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2, 3, 5년이 지나면 우리 한국이 앞서 언급한 IBM이나 MS처럼 제5의 에너지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 선진 기업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지 우려하게 된다. 우리 정부가 그저 말로만의 녹색성장, 말로만의 그린 IT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