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추락 원인이 된 노즈 페어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어링은 우주발사체(KSLV-Ⅰ) 중 가장 상단에 있는 원뿔 모양의 보호덮개로 비행 중 발생하는 열기와 소음 등으로부터 과학기술위성 2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발사에서는 이 노즈 페어링이 발사체 음속돌파 이후인 215초 때 고도 약 164㎞ 지점에 도달하며 가장 먼저 분리돼 발사체의 무게를 줄여줘야 하는데 덮개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결국 위성이 본궤도까지 올라가는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위성 2호가 목표궤도인 302㎞에 진입하려면 초속 8㎞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300㎏이 넘는 페어링 무게로 인해 정상궤도에 진입할 초속 7∼8㎞의 속도를 얻지 못했다는 것.
나로호의 페어링은 분리할 때 파이로테크니컬(특수불꽃 점화용) 코드가 양쪽의 볼트를 폭발시켜 전개시키는 데 이번 일은 한쪽이 폭발력 저하 등의 이유로 떨어져 나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위성 2호는 자기의 세 배나 되는 페어링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지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볼트 안에 화약이 들어 있어 페어링을 분리해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역할을 파이로테크니컬 코드가 수행한다”며 “페어링 재료도 초음속과 고열로부터 페어링을 보호할 수 있는 복합소재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탁민제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폭발 볼트가 로켓 동체와의 부분을 끊어주면서 스프링에 의해 양쪽 페어링이 분리되고 이 과정은 1단 액체로켓이 거의 탈 때쯤인 고도 100㎞ 이상에서 이루어진다”고 덧붙였다.
노즈페어링부와 위생 어댑트부, 탑재부 등 발사체의 기체 제작을 맡았던 두원중공업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페어링을 제작한 것은 맞지만 상단의 전자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화약부문인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항우연 측의 사고경위 분석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며 “세부 내역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두원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600억원을 올린 차량부품 및 에어컨용 컴프레서를 주로 생산하는 중견 기업이다. 항우연과는 1990년대부터 과학관측 로켓 개발에 참여했으며 지난 2004년부터 페어링 개발에 나섰다.
항우연 측은 발사체 비행실패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추진시스템 관련 문제(66.2%)지만 1·2단 및 페어링 분리 메커니즘도 전체 실패원인의 12.6%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신선미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