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클로즈업]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한정훈의 클로즈업]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세계 영화 여행.’

 40개국 214편의 영화 속으로 떠나는 9일간의 세계여행이 시작됐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정동일, 집행위원장 이덕화 www.chiffs.kr)가 지난 24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을 선언했다.

 당시 개막식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과 영화배우, 영화관계자 등의 초대손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인 영화인 대니얼 세르소 파리 제1대학 교수, 홍콩 액션영화 시나리오 작가 제토 캄 유엔, 이탈리아 파스칼 토네구조 감독, 넷팩(NETPAC)의 창립자 아루나 바수데브, 싱가포르영화제 설립자이자 유명 영화평론가 필립 체 등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의 유명인이 모였다. 개막작은 나탈리 포트먼의 감독 데뷔작인 ‘뉴욕, 아이 러브 유’였으며 폐막작은 강석범 감독, 이범수·김민선 주연의 한국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으로 예정됐다. 이 영화는 100억원대의 계약, 그리고 아름다운 애인 미선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잘나가는 자산관리사 정승필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얽힌 코미디다.

 이런 수사적 칭찬을 뒤로하고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가 의미 있는 이유는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몇 안 되는 축제라는 점이다. 강남·신촌 등 서울 외곽지역이 발달하면서 과거 영화의 본산지였던 충무로는 다소 그 의미가 퇴색됐던 것이 사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영화 축제라는 컨셉트에 맞게 시민들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먼저, 관람객은 영화제 기간 동안 다채로운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포스터의 향연이 대표적이다. 오는 31일 월요일까지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명보극장에 이르는 길이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메인 거리로 선정돼 영화 포스터와 다양한 사진, 4m 높이의 초대형 로보트 태권브이도 볼 수 있는 ‘칩스타운’으로 변신한다.

 특히, 이번 주말 충무로를 방문하면 남산한옥마을에서 열리는 문화공연 ‘남산공감’, 청계광장의 영화 포스터 전시회 및 콘서트 ‘청계낭만’, 평소에 만나보고 싶었던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칩칩톡톡’ 등 다양한 시민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뭐니 뭐니 해도 영화제의 중심은 영화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일까지 대한극장, 명동 CGV, 동대문 메가박스, 중앙시네마, 명동 롯데시네마 등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주요 극장에서 상영한다. 어제, 오늘, 내일 영화라는 컨셉트로 미국·영국·프랑스의 유명 감독 작품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멕시코·칠레·인도·체코 영화까지 선보여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함께 열리는 포럼도 주목할 만하다. 주말을 이용해 한번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29일(토) 오후 2시 대한극장에서는 ‘정신 건강과 영화’를 주제로 영화 ‘리턴(2007)’을 감상한 후, 환각, 환청, 기억상실증 등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소재로 사용되는 정신건강 문제를 실제 정신과 의사와 함께 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 포럼에는 김재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와 이규만 감독이 함께 일반 관객을 상대로 대담을 진행한다. 또 오후 4시 대한극장에는 ‘철완 아톰’과 고전 재패니메이션의 재발견이라는 독특한 세미나도 준비된다. 철완 아톰의 원작 만화는 데쓰카 오사무가 그렸지만, 애니메이션은 모치쓰키 게이치로 감독이 연출했다. 재패니메이션의 장인 감독인 모치쓰키 감독이 이번 제3회 충무로국제영화제를 방문, 자신의 애니메이션 연출과 작품 세계, 재패니메이션의 부흥기였던 1960∼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마스터 클래스를 연다.

 또 31일에는 한국고전 도시액션영화 회고전도 열린다. 송낙원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한국고전 액션 영화에 애정과 깊은 이해가 있는 오승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 한국영화평론가 협회의 평론가들이 엄선된 9편의 도시액션 영화 걸작들을 놓고 토론 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