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I ERP 구축 글로벌기업 도약에 보탬"

"GSI ERP 구축 글로벌기업 도약에 보탬"

 지난해 3월부터 만도의 정보전략실을 이끌고 있는 박병옥 상무는 지난 1년 6개월가량 말그대로 정신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10여년간 인사업무를 해오다 처음으로 IT부문장을 맡은 부담에 각종 IT콘퍼런스와 기술교육에 몸소 참석해 늦깎이 IT 공부에 사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기술과 온갖 전문용어에 질릴 법한데도 박 상무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IT가 재미 있고 좋다”며 맑게 웃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강도의 학습과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박 상무는 정보화전략의 분명한 철학을 제시한다. “사실 정보화는 기술보다 전략이 중요합니다.”

 다년간 인사업무를 해온 노하우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각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 만도는 지난해 박 상무가 마련한 새 정보화전략의 밑그림을 토대로 올해 들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만도, GSI ERP로 거듭난다=박 상무가 정보전략실에 부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떤 업무체계가 가장 비효율적인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낡은 PC를 교환하는 일부터 시작한 박 상무는 10여년을 사용해 온 전사적자원관리(ERP)의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운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산 때만 되면 밤을 새우는 많은 직원들이 ERP시스템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심지어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지원개발(CAD) 프로그램도 턱없이 부족해 가장 먼저 출근한 사람부터 차지하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박 상무는 ERP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가을 ERP 업그레이드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후 올 3월부터 액센츄어와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GSI) ERP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 오라클의 R12 버전 ERP 솔루션을 이용해 올해 말까지 국내 본사와 3개 사업본부의 ERP를 싱글 인스턴스로 구축하고 내년 이후 해외지사 GSI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막판까지 오라클과 SAP 제품을 놓고 저울질했던 만도는 이미 10년간 사용해 온 오라클 ERP에 익숙한 직원들의 변화관리를 고려해 결국 오라클을 선택했다.

 박 상무는 “지난 연말 GSI ERP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당시만 해도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한복판에서 적지않은 비용을 들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옳은지를 놓고 수 없이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혁신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위기일 때 오히려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결국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본사와 3개 국내사업본부, 10개 해외법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GSI 프로젝트는 2011년 상반기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또 만도는 8월부터 연구개발 프로세스와 보안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정보 공유 프로젝트’도 시작해 오는 10월 초까지 마스터플랜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는 기술개발과 결과물의 공유체계와 외부 유출에 대한 관리를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가시화 및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다.

 박 상무는 “우선 연구소를 대상으로 프로세스 공유와 자동화를 완료한 후 전 업무를 대상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 다양한 IT 애플리케이션을 후보선상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PLM을 우선순위로 고려하고는 있지만 전사업무 확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또 디지털 설계도면의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조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고경영진부터 혁신 ‘적극’=지난해 한라그룹이 만도를 인수한 것은 중장기 IT 투자를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박 상무는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 후 새로 부임한 회장 및 사장 등 경영진이 IT에 이해도가 매우 높아 정보화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중장기적 IT 혁신방안 수립과 과감한 IT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신뢰를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업을 잘 설득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발휘하고 있는 점도 박 상무의 강점이다.

 박 상무가 인사업무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ERP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그는 IT부서의 독자적인 추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IT 프로젝트에 현업의 무관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미리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여러 개의 ERP 모듈을 크게 7개로 나눠 해당 분야의 현업 임원들에게 직접 도움을 구한 것이다. 일명 프로세스 오너(Process Owner)제도다. 각 임원들이 각 모듈의 프로세스 오너가 돼 책임감을 가지고 직원들의 변화관리를 추진하는 한편 결과물은 회의로 경영진과 공유할 수 있는는 체계를 만든 것이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전사적인 혁신 분위기를 주도함에 따라 앞으로 만도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박 상무는 자신하고 있다. 특히 GSI가 완성되면 만도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력하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GM 등 국내외 굴지의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만도는 최근 푸조 등 새로운 글로벌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박병옥 상무는

 서울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1993년 만도기계에 입사한 것을 계기로 한라그룹과 인연을 맺은 후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중공업 인사팀장, 위니아만도 인사팀장, 모딘코리아 인사팀장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만도의 정보전략실장으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