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기고/진화하는 `CRM 2.0`과 기업마케팅

우리나라에 CRM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금융기관 등 일부 선도 기업부터 CRM 도입을 시작했지만 아직 성공사례가 드물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된 CRM을 도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CRM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CRM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CRM 2.0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CRM 추진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고, 새로운 대안으로서 CRM 2.0을 살펴보고자 한다.

CRM 2.0 이란 웹 2.0의 개념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웹 사용행태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CRM의 진화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웹2.0의 주요개념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기업참여, 콘텐츠의 직접 생산과 공유, 소셜 네트워킹으로 요약할 수 있다. 블로그,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유트브, 트위터 등 웹2.0 사이트에 이미 수 억명의 회원들이 가입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며, 사회적인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다. 이제 고객주도의 경제시대에서는 고객들이 직접 누구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 스스로 통제하고 있으며,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채널을 통해 그들의 구매경험을 전파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 환경 변화 때문에 이제 CRM도 진화해야 한다. CRM이란 원래 고객관계 경영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기업내부를 혁신하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CRM의 업무 범위는 고객접점의 모든 비즈니스 활동 즉, 마케팅, 광고, 홍보, 영업, 서비스, 콜센터 등을 말한다. 마케팅, 영업, 서비스 활동을 어떻게 고객을 중심으로 혁신해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차별화 할 것인지를 지원하는 경영혁신 방법론이다. 때문에 웹 2.0 환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객과 소비자들의 행동을 반영해 비즈니스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CRM 개념의 확장과 추진방법론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CRM 2.0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현재 기업들이 도입하는 CRM 방식으로는 ‘고객중심경영(Customer Centric Company)’을 실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의 CRM은 진정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고객 거래정보를 가지고 막연한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고객을 타게팅해서 캠페인 하는 고객사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객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품 판매 중심인 것이다.

둘째, 앞서 언급했듯이 웹2.0 환경에 따라 소비자들의 행동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우리의 제품을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우리에게 제품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우리 제품을 널리 구전해 주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고객 1인당 200명의 이메일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메일을 200명 한테 보내고, 메일을 받은 200명이 또 200명에게 전달 한다면 이메일 수신자는 순식간에 800만명이 되는 것이다. 이제 CRM은 고객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양방향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회사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매스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잘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광고가 아니라 고객과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에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은 타깃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들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해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 할 수 있는 CRM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인사이드아웃(Inside-Out)’에서 ‘아웃사이드인(Outside-In)’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개념을 우리의 제품을 소비하는 주체(Consumer)가 아니라 상호 협력자(Prosumer)로 인식해야 한다. 고객은 우리 제품을 직원들보다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대한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 고객 한 사람당 수천명의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고객과의 관계 개념을 확장해 고객과 상호 창조적 가치를 위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해 지고 있다. 델컴퓨터의 경우 ‘아이디어스톰닷컴(IdeaStorm.com)’ 사이트를 이용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 개념에 대한 투표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전략이 소셜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학자나 전문가들의 말 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말을 더 신뢰한다. 필요한 정보를 네이버나 구글, MSN, 네이트온,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 카페, 트위터 등에는 서로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타깃 세그먼트별로 소비자들이 잘 모아져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회사와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야 하며,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들과 서로 협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CRM 2.0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CRM 1.0에서 진화된 개념이다. 그동안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 기업내의 마케팅·영업·서비스 프로세스의 자동화 등에 힘써왔다면, 이제는 고객과 고객과의 관계, 고객과 양방향 의사소통, 고객으로 부터의 기업내부 혁신 등으로 그 개념을 확산하는 개념이다. 이제 기업들은 그동안의 CRM 실패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고객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 CRM 2.0으로 진화해야 한다.

 류 승 범 UBCNS 대표컨설턴트 /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crmcrm@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