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 나로호(KSLV-Ⅰ)에 실려간 과학기술위성 2호 지상 추락 원인으로 밝혀진 페어링(위성보호덮개) 분리 실패가 주원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견이 국내 항공우주학계에서 제시됐다. 우주발사체 전문가들은 330㎏에 이르는 페어링 무게로 2단계 로켓엔진인 킥 모터 속도가 6.2㎞로 떨어졌는데도 고도가 오히려 85㎞ 이상 더 올라간 현상(오버슈트)의 원인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요구했다. 원인 규명에 따라 한·러 간 체결한 발사체 계약상 나로호 3차 발사 여부가 판결날 것으로 예측된다.
27일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과학기술계 우주 발사체 전문가들은 비교적 단순한 기술인 페어링 분리 오류가 과학기술위성 2호의 궤도 진입 실패의 주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았다면 1, 2단계 발사체 분리와 2단계 위성체 분리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300㎏이 넘는 페어링 무게로 무거워진 2단계 킥 모터의 속도가 6.2㎞로 떨어졌는데도 고도는 오히려 85㎞ 이상 치고 올라간(오버슈트) 이유가 무엇인지 먼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견해는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발사체 1단과 2단, 위성분리는 성공했지만 페어링 분리 이상으로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지난 26일 교과부 브리핑에 기술적 해명이 필요하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일부 과학자는 지난 19일 SW 오류로 지적했던 고압탱크 밸브의 압력 저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단 발사체는 점화 후 액체연료 밸브의 자동조절에 의해 추력제어와 연소종료 시간을 입력해 비행 고도를 결정한다. 오버슈트 현상은 연료밸브 조정의 문제로 추력이 좀 더 강했기 때문에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과학자들은 또 페어링 반쪽이 붙어 있으면 무게 중심이 변해 자세가 불안정해지는것은 사실이지만, 진공 상태여서 수평 속도가 무게 때문에 갑자기 떨어지지 않는다며 위성이 유사 궤도를 타지 않고 수직으로 곤두박질해 지상 추락했다는 추측에 기술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버슈트된 고도를 놓고도 △정상궤도인 303㎞ 대비 327㎞인지, 387㎞인지 △그 고도에서 2단계 킥 모터와 위성체는 어떤 상태였는지 △붙어 있는 나머지 페어링 한 조각이 발사 후 540초에 확실히 분리됐는지, 아니면 저절로 분리됐는지 △그렇다면 위성체만 홀로 수직 추락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 발사체의 한 전문가는 “발사체 2단 점화와 종료 순간 위성체 고도와 연소시간은 정상 작동했는지도 분석해봐야 한다”며 “러시아의 비협조와 조사의 편협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국제 전문가를 초빙해 분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한·러 공동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검증할 정부차원의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28일 1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전=박희범기자, 고흥=권건호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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