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전기차, 우여곡절 끝 자동차 판정

수작업으로 엔진을 제거하고 대신 전기 모터를 단 특이한 전기차를 법적인 등록 의무가 있는 자동차로 볼 것인지를 놓고 3년간 법적 공방이 오간 끝에 대법원이 정식 자동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충남 논산시에서 무등록 자동차수리점을 운영하던 박모(50)씨는 폐차된 화물차를 손수 고쳐 전기자동차로 만들었다.

그는 못쓰게 된 엔진을 떼어내고선 전기모터를 달았고 화물칸 자리에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게 의자를 설치했다.

그는 수제 전기차를 등록하려고 수차례 관청에 찾아갔으나 등록 서류는 자동차가 휘발유 등을 쓰는 내연기관임을 전제로 작성돼 있어 담당 공무원들은 이 ‘특이한’ 전기차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는 이렇게 만든 전기차를 다른 일반 화물차와 함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돈을 받고 축제 행사용 차량으로 대여했는데 이것이 훗날 문제가 됐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 화물차인데 등록하지 않고 사용해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사업자로 신고하지 않고 영리를 목적으로 전기차 등 무등록 차량을 대여하고 자동차수리점을 무단 운영한 혐의 등으로 2007년 기소됐고, 대전지법 논산지원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전기자동차는 법의 규정을 받는 정식 자동차가 아니라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항소부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는 내연기관 차량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자동차등록증에도 배기량, 기통수, 연료 종류 등 원동기가 내연기관임을 전제로 해당 사항을 적게 돼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박씨의 차처럼 전기를 동력장치로 하는 자동차는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신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의 결론이 또 뒤집혔다.

대법원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자동차관리법에서 자동차는 ‘원동기에 의해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로 규정돼 있을 뿐 동력원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전기차도 자동차관리법이 정한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내연기관임을 전제로 해당 사항을 적게 된 사정 때문에 전기차를 실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기자동차 등 첨단 자동차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가 연구 목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임시운행허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박씨도 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무등록 전기자동차 운행 부분도 유죄로 판단해 다시 형을 정하라며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