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섭씨 영하 130도 근처에 머물러 있는 초전도 임계온도를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주요 이론이 한 한국인 연구원 주도로 밝혀졌다.
미 코넬대학교 물리학과의 이진환 박사 주도로 같은 대학 J C 시머스 데이비스 교수 및 일본 도쿄대학교 물리학과의 신이치 우치다 교수팀은 임계온도 위에서 관찰되는 ‘유사갭(pseudogap)’의 비밀을 이론적으로 정확히 해명하는 길을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유사갭은 초전도갭(초전도 상태에서 나타나는 전자 스펙트럼상의 간극)과 유사한 갭이 임계온도 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물리학의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인 유사갭에 대해서는 특수한 상태의 초전도 현상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초전도와 무관한 다른 물리현상이라는 의견이 학자들 간에 반분돼 왔다.
이진환 박사는 자체 제작한 세계 최고 성능의 가변온도 주사 터널링 현미경을 통해 유사갭 상태에서도 초전도 상태의 전자산란 간섭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을 밝혔다. 상온에서 발견되는 유사갭은 특수한 상태의 초전도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임계온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이론적으로는 유사갭이 흐트러지지 않는 물질을 설계하면 상온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온 초전도 현상의 물리학적 근원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류수송체 밀도와 자기장과 온도의 3차원 상공간에서 전자 간 및 전자와 원자격자 간 상호작용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초전도 현상은 어떤 물질의 온도가 매우 낮을 때(대체로 -130˚C 이하) 전기 저항값이 0이 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전력 송전에서 발생하는 손실률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연구가 확대돼 왔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올해 초전도 현상을 연구하는 차세대 에너지 연구소(EFRC)에 매년 50억원씩 5년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그린정책 차원에서 지원을 확대 중이며,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코넬대학교 J C 시머스 데이비스 교수를 소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한편 이 논문은 지난 28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