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나 딱정벌레의 껍질과 같은 기존 염료로 표현하기 불가능한 색을 인쇄하고, 인쇄 후에 색상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휴대폰과 자동차 외관 색깔이나 무늬를 수시로 바꿀 수도 있어 디자인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권성훈 교수팀은 자기력이 가해지면 스스로 조합해 특정 색깔의 빛을 반사시키는 구조를 이루는 자성 나노입자와 광 경화 물질을 혼합해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물질의 색이 변하는 나노입자 잉크(M-ink)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인터넷에 공개됐다. 나비의 날개, 공작새의 깃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화려한 색은 화학 염료에 의한 색과 달리 규칙적으로 배열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조와 빛의 상호 작용에 의한 것으로써 이를 구조색(Structural color)이라 한다. 유기 염료에 의한 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상이 바래는 백화현상 (photo-bleaching)이 일어나지만 구조색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고유의 색이 변질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M잉크를 개발하고 반도체 공정에서 이용되는 마스크리스 리소그라피 장치를 이용해 자력의 세기에 따라 색을 조정한 뒤 자외선을 조사해 색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함께 개발했다.
권성훈 교수는 “이 기술은 휴대폰, 휴대형 컴퓨터 등과 같은 디자인 중시 가전제품부터 자동차나 광고판, 건물 내·외장재에 이르기까지 카멜레온과 같이 색깔이 변하는 기능을 부여할 수 있어 디자인 측면에서 큰 효용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각종 위조지폐나 가짜 명품의 방지를 위한 차세대 위조방지 기술로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마이크로미터 크기 수준의 색과 모양의 패턴을 코드(code)로 인쇄해 생체물질 검출이나 진단 등의 바이오칩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