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의 중장기 사업계획이 안개 속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경기불황 여파가 IDC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리면서 IDC업계가 센터 신축·증축을 포함한 중장기 인프라 투자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 결정이 지연 또는 취소되는가 하면, 신규 계획 역시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되는 추세다.
IDC 비즈니스의 속성상 향후 2∼3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갑작스레 찾아온 경기침체 이후 중장기적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가 지난해와 올해 들어 잇따라 준공한 대규모 센터가 기대만큼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계획 수립에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통신사 계열 주요 IDC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2∼3년간 IDC를 신축하지 않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신규 투자계획을 잡지 못했다.
회사는 지난해 SK그룹 내 IT계열사와 공동 구축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중단했다. 최근에는 타 IDC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취소했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는 당분간 IDC 신축 없이 서초1·2, 일산 등 기존 3개 IDC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KT도 지난해 5월 목동에 대규모 IDC를 구축한 지 1년이 넘어섬에 따라 조만간 중장기 투자 계획 검토에 나서야 할 시점을 맞는다.
박경석 KT 본부장은 “내년부터는 신규 IDC 구축 투자계획을 검토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규모 IDC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국내 IDC업체 프리즘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합병한 KDDI코리아는 지난해부터 IDC 신축 또는 인수를 고려했지만 아직 방침을 결정짓지 못했고, 세종텔레콤은 경기도 하남시에 IDC를 신축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타 지역을 대상으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IDC업계 관계자는 “미래 사업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고객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만큼 업계가 당분간은 기존 인프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