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특구 기술지주회사 설립 `제동`

 대덕특구 내 첫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제동이 걸렸다.

 1일 산업기술연구회와 ETRI에 따르면 최근 열린 산업기술연구회 임시이사회가 ETRI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승인안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본지 2월 17일 2면 참조

 ETRI는 당초 설립 자본금으로 200억원을 현금 출자하고, 매년 출자 규모를 늘려 오는 2014년까지 500억원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기술지주회사 ‘ETRI 홀딩스(가칭)’ 설립 계획안을 제출했다. ETRI는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70개의 자회사 설립과 연간 400억원의 수익달성, 자회사 총매출액 연간 1조원 등을 달성해 명실상부한 IT융합기술 사업화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간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산업기술연구회 임시이사회는 이러한 ETRI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계획안에 더욱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산업기술연구회와 ETRI에 따르면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일부 이사진이 200억원 규모의 현금 출자 계획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에서 출자하는 대규모 사업인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현재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업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기술연구회와 ETRI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을 두고 전면 보류가 아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실을 다지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ETRI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일정에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올 초에 기술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제시했던 ETRI는 일정대로라면 5월에 이미 대표 이사 선임을 마치고 중소기업청에 신기술창업전문회사로 등록을 마쳐 지주회사를 출범시켜야 했지만 연구소 내부 일정으로 한 차례 늦췄다. 임시이사회마저 기술지주회사 설립 승인안에 보류 결정을 내려 사실상 연내 출범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다 최문기 ETRI 현 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구소 안팎에선 최 원장의 임기가 오는 11월로 만료됨에 따라 대규모 출자금 확보 및 CEO 선임 결정 등 굵직한 사안이 걸린 기술지주회사의 성격상 결정이 차기 원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산업기술연구회의 이번 승인 보류 결정을 놓고 ETRI 측은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필요한 200억원의 출자금은 적정성 여부를 충분히 검토했고, 사업을 수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성수 ETRI 사업화전략실장은 “공공성이 있는 사업인데다 출자금이 적지 않다 보니 이사회 결정에 따라 예산 내역을 구체적으로 다시 짜고 있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임시이사회에 재작성한 기술지주회사 설립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