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복사기업체 일본 리코가 신도리코 아산 공장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신도리코는 리코의 40년 넘는 글로벌 생산 협력업체다. 이 때문에 리코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아산 공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그러나 최근 부쩍 찾는 회수가 잦아졌으며 목적도 달라졌다. 품질과 라인 상태 점검이 아닌 생산 방식을 배우기 위해 신도리코를 방문하고 있는 것.
신도리코 아산 공장의 ‘대차(台車)’ 생산라인이 화제다. 일본은 물론 미국·유럽·중국 전 세계에 10여 곳에 자체 생산 거점을 둔 리코가 이를 연구할 정도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대량 생산을 위한 ‘컨베이어’와 소량 다품종 생산에 유리한 ‘셀(Cell)’ 방식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차는 가로·세로 1m정도 되는 소형 작업대를 말한다. 바퀴를 달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좀 다르다. 대차 생산은 대차 위에 각종 부품과 모듈을 정렬해 마치 컨베이어처럼 움직이면서 제품을 조립하는 식이다.
신도리코는 지난 2005년 컨베이어 라인을 모두 걷어내고 대차를 활용해 라인을 새로 꾸몄다. 처음에는 컨베이어 생산업체가 사라지면서 고육지책으로 도입했지만 지금은 생산성 향상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대차 방식을 도입한 이후 생산성이 20% 가량 올랐다. 라인 길이도 20m에서 10m로 절반으로 줄었다. 대당 제품 출하 시간도 144초, 거의 2분 단위로 완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7월에는 디지털 복합기를 생산한 이후 처음으로 ‘100만대 생산’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생산 비용도 크게 줄였다. 각 대차마다 실시간으로 이력 관리가 가능해 불량이 나면 즉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대차에 모듈 단위로 부품을 탑재해 생산 인력을 줄이면서 재고량 예측이 가능하다. 그만큼 생산에서 발생하는 손실(loss)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복합기 등 사무기기 시장에 찬바람이 불지만 아산 공장의 생산량이 꾸준하게 증가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신도리코 측은 “전 세계에 산재한 10여 개 리코 생산 공장 중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으며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최근 건립한 칭다오 공장에도 도입할 정도로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대차(台車) 생산라인
대차는 바퀴가 달리 사방 1m 크기 소형 작업대를 말한다. 이중으로 설계해 위칸에서는 제품을 조립하고 아래칸에는 부품과 모듈을 싣는다. 바퀴를 달아 좌우 라인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한 줄로 정렬해 순차적으로 조립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주목을 끈 셀 방식과 달리 공정이 복잡한 제품에서 주로 사용한다. 라인에서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셀 방식은 30분 안쪽에서, 대차 방식은 3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공정 수가 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