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샤프·소니 등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다. 과거 핵심 생산기술을 모두 자국내에서 소화하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전세계 시장을 석권한 삼성·LG 등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샤프는 중국 난징에 LCD 패널 라인을 구축키로 하고 중국내 최대 전자 회사인 ‘중국전자신식산업집단(CEC)’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카타야마 미키오 샤프 사장이 회사 창립이래 처음 LCD 패널 생산 라인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협상 대상 업체와 지역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CEC는 지난 1989년 설립된 중국 최대 국영 정보통신 그룹으로 61개 자회사와 7만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 중이다. 샤프는 CEC와 합작 투자를 통해 8세대 LCD 생산 라인을 건립하는 한편, 현재 가동 중단한 자국내 카메야마 제1공장의 6세대 LCD 제조 라인도 CEC 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6세대 설비는 CEC의 자회사인 ‘난징중전웅묘식신사업집단’이 난징으로 이전, 오는 2011년 3월 가동할 예정이다. 샤프는 또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 4월 난징 현지에 LCD TV ‘설계 개발센터’도 설립키로 했다.
이처럼 샤프가 전격 중국에 LCD 패널 생산 라인 이전을 단행키로 한 것은 그동안 고수해온 ‘기술 유출’의 우려보다 ‘생존’을 염려해야 할 급박한 상황에 놓인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샤프는 중국 진출을 통해 현지 자금 지원과 시장 확대는 물론, 한국 업체들을 추격할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뜻이라는 진단이다.
또한 소니도 이날 미주 시장에 판매하는 LCD TV에 대해 ‘아웃소싱’을 선언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니는 대만 ‘혼하이’에 자사 멕시코 LCD TV 생산 공장을 매각하고 외주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혼하이는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 게임 콘솔을 비롯해 애플의 아이폰·아이팟, 델의 PC 등을 생산중인 최대 규모의 위탁생산 업체 가운데 하나다. 혼하이는 향후 멕시코 생산공장 ‘소니 바자 캘리포니아SA’의 지분 90%와 인력 3300명을 인수하기로 했다. 나머지 지분은 소니가 보유키로 했지만 구체적인 거래조건과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을 상징하는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외부 생산 이전은 과거 자국내에서 생산 관련 모든 기술을 ‘블랙박스’화했던 경향과 비교하면 달라진 일이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지금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대만 등 양안을 기반으로 살아남아 한국을 따라잡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 중국 시장에서 기선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