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랙’이라는 발리우드 영화가 개봉했다. 인도판 헬렌 켈러 이야기다. 듣지도, 보지도 못해 세상이 ‘암흑(블랙)’ 그 자체인 여덟 살 소녀 미셸에게 사하이라는 선생님은 끝없는 노력과 사랑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이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간다. 사하이 선생님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미셸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는 ‘암흑’으로 들어가게 되자 그녀가 그에게 기적을 보여주려 한다는 한 편의 감동 스토리다.
난데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건 오늘의 주제가 ‘알츠하이머’라서다. 알츠하이머는 어떤 면에서 암이나 AIDS 등 다른 어떤 병보다도 무섭다. 부모, 배우자, 친구,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게 되고 행복한 기억과 추억을 잊게 되거나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없게 된다. 본인은 잊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지만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의 슬픔은 말할 수조차 없이 크다. 그래서인지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이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및 치료법을 찾으려는 건 의료 분야의 오랜 염원이자 바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이와 관련한 희소식이 들린다. 미국 의료 연구소인 BRNI에서 알츠하이머를 사전에 분석해 진단하는 테스트 방법을 발견했다고 한다. 특정한 피부 효소의 활성화 정도를 분석해 그 사람이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지 예전보다 4년가량 먼저 진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알츠하이머 병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신경 질환으로만 간주됐지만 지난 10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 병의 표지가 뇌 밖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을 알아내고 이를 응용한 것이다. 이 진단법은 앞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적용 가능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런 진단법은 분명 이전에 비해 크게 진보한 것이지만 한계도 분명 있다. 아직까지 헌팅턴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유사한 병을 완벽하게 구분하지는 못한다. 향후 이런 점을 계속 보완할 계획이지만 그 과정은 현재까지 헤쳐온 것 이상으로 지난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발견은 인간의 미래 모습에 한 줄기 새로운 빛을 던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들 모두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누리기 바란다. 건강은 물질적인 풍요 이상으로 행복한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바이오, 나노 분야는 이런 차원에서 분명 미래의 중요 요소다. 난치병, 불치병을 조기에 발견해 내는 진단법이나 치료법은 바람직한 미래를 향하는 작지만 확실한 디딤돌이다. 아쉽게도 이런 디딤돌들은 제반 환경의 제약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만들어져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 수는 적지만 훌륭한 바이오, 나노 인력들이 열악한 환경 아래에서도 불철주야 연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의지만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지는 않지만 의지 없이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손으로 건강한 미래를 여는 큰 디딤돌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하루빨리 들리기 바란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