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환경이 준 새로운 불씨 `그린`](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2060617_141049505_b.jpg)
태초에 추위와 어둠에서 떨고 있던 인간에게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준 이래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이 시작됐으며, 다양한 문화가 발생하게 됐다.
지난 세기의 급격한 산업화,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1990년대 새로운 불씨가 시작되는데, 이는 ‘그린’이라는 새로운 불이다. 그린은 환경보호 및 성장동력 확충, 새로운 사회문화를 형성하고 국제정세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불의 시작점이다. 미약한 불씨가 공기와 땔감을 만나 커다란 불길이 되는 것처럼, 이제 시작하는 그린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녹색성장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녹색 성장 비전을 선포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어디까지 불씨를 피워 왔을까.
일단 시작은 좋아 보인다. 지난 7월 G8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한국의 녹색 성장 이야기로 회담을 시작했다. 또 한국 정부는 같은 기간 열린 기후변화국 포럼(MEF)에서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2020년에 예상 탄소 배출량 대비 30%를 줄인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까지 공표하는 등 지난 1년은 숨가쁜 불씨 만들기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추진에 비해, 여전히 ‘녹색’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낮다. 우리의 생활과 ‘녹색’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체감도가 떨어지는 까닭이다. 더 아쉬운 대목은 영상회의와 재택근무, e북, e러닝 등 생활과 밀접한 그린 IT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회의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할 뿐 아니라 이동 시 발생하는 탄소량을 감축시킬 수 있다. 유럽·일본에서 재택근무가 환경보호 및 삶의 만족도, 생산량까지 증진시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e북은 종이 낭비 감소와 정보 활용도를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또 최근 신종플루 확산의 불안에서 그린IT는 여가·교육 등을 보다 안전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성장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을 생활에 적용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국민이 녹색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행동을 변화시킬 때만이 녹색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국민들의 체감도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는 그린 IT의 불씨가 타오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린 IT가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참여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다. 그린 IT는 녹색 성장의 열쇠이자,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구분 없이 참신한 아이디어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첨단 그린 인프라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환경은 한국 녹색 산업의 글로벌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기업 간의 협업으로 그린 IT 산업의 ‘눈덩이 불리기 효과(snow ball)’를 지향해야 한다. 녹색 산업은 제조, 건설, 통신,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자가 연관돼 있는 분야다. 결국 다른 영역의 사업자와 협력할 때 녹색성장이 이루어지고 사업 방식의 대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린IT는 이제 시작되는 녹색의 불씨를 거대한 야나르타시(올림포스산의 꺼지지 않는 불)로 확산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일부 이해관계자만이 부르짖는 녹색 성장이 아닌, ‘그린 IT’로 국민의 생활까지 확산된 진정한 그린 코리아를 기대해 본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 소장/yooty@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