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도입에서 공급까지 전과정 시스템화"](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7030856_397422361_b.jpg)
올해 초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정보시스템인 ‘코스모스(KOSMOS)’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가스공사는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기화 송출해 29개 도시가스사와 발전 회사에 판매, 공급하는 곳이다. 이번에 구축한 통합정보시스템은 이런 업무의 전 과정을 시스템화해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공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업무혁신 시스템이다.
시스템 구축을 진두지휘했던 주인공은 박규식 한국가스공사 통합정보화추진단장. 그는 20여 년 넘게 한국가스공사에 몸담아 왔지만 IT 관련 업무를 해온 경험은 없었다. 2007년 9월 통합정보화추진단장으로 임명됐고, 직전에는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다. 그가 통합정보화추진단장으로 임명된 당시는 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사업자가 선정되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 과제들이 도출된 시점이었다. 대대적인 개발 작업을 앞둔 만큼 전시 직전 같은 분위기였다. 때문에 통합정보화추진단장 부임 초기 시절에는 통합정보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이 박 단장의 최대 과제였다.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매일같이 밤낮을 잊은 채 일했던 그는 올해 초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오픈하면서 첫 임무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박 단장은 “전략적인 통합 관점과 개별 팀 간의 요구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서로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면서 “마음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이기에 프로젝트 기간 내내 정말 재밌게 일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 그는 프로젝트 기간 내내 전국의 8개 지역 본부와 3개의 생산기지를 서너 차례 이상 순회하며 직원들의 변화관리를 위해 애썼다. “찐빵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만두를 주면 안 되지 않겠냐”며 현업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했다. 그는 또 자신이 IT분야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기술 중심으로 보지 않고 철저하게 비즈니스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수준의 경영 인프라 구축=통합정보화추진단장을 맡은 이후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코스모스는 SAP ERP 모듈을 기반으로 구축된 것이다. 2007년 12월부터 총 18개월간에 걸쳐 370개의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이를 ERP시스템에 반영해 구축했다. 또 이 ERP 시스템을 기반으로 △천연가스 도입과 수송 업무처리를 위한 수입시스템 △건설 설계, 시공사와의 업무 협업을 위한 건설관리협업시스템 △지식 및 정보의 통합관리를 위한 지식관리시스템 △전자입찰 시스템 등도 함께 구축해 관련 데이터를 통합했다.
이로써 업무담당자는 예전처럼 개별시스템에 일일이 로그인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포털(EP) 화면에서 한번의 로그인으로 관련 업무메뉴를 선택해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으로 한국가스공사는 LNG 도입에서 공급까지 물류 흐름에 따른 회계기표를 자동화함으로써 재무회계와 관리회계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시스템은 가스 공급망 업무뿐 아니라 건설 관리 지원 영역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설비자산의 생성부터 운영, 유지보수와 폐기까지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자산관리(EAM) 체계를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수준의 경영 인프라 기반을 마련했다.
박 단장은 “오픈한지 8개월이 지나면서 시스템 간의 시너지 효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 회사 전체 정보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어 뿌듯하다”면서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해 공사의 경영 전략에 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단계 고도화 사업 준비로 한창=박 단장은 통합정보화체계를 구축하고 나서 더 바빠졌다고 한다. 안정화 작업과 함께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위한 준비 때문이다. 그는 통합정보시스템이 안정화된 후 추진해야 더 효과적인 작업 몇 가지를 후속과제로 남겨뒀다.
박 단장이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시스템 구축이다. 한국가스공사는 BPM 적용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가시화하고 업무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부서 간 협업체제를 강화하는 등 실시간기업(RTE) 환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단장은 또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설비보수 업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PDA 등 현장지원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경영리스크의 전사적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사위험관리시스템(ERM)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박 단장은 “2단계 고도화 사업이 1단계 통합정보화 구축 사업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면서 “2단계 사업은 프로세스별로 기능을 고도화하고, 특히 PDA 등을 통해 고정자산과 재고 규모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실시간 경영 환경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단장은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 기술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 더스트는 먼지크기의 매우 작은 센서들을 건물이나 도로, 의복 등 물리적 공간에 먼지처럼 뿌려서 주위의 온도와 습도, 가속도 등의 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로 감지,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그는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가스배관망의 이상 징후나 유지보수 관련사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는 기술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사의 IT조직 운영과 관련, 박 단장은 통합정보화추진단을 좀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IT 관련 부서는 서버와 네트워크 등 인프라 업무를 지원하는 경영정보팀과 정보화 기획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시스템 구축 등을 총괄하는 통합정보화추진단으로 구성돼 있다. 통합정보화추진단은 기존의 정보화전략팀이 확대된 것이다. 현재 경영정보팀과 합쳐 53명 정도로 구성돼 있는데, 그는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조직 규모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박규식 통합정보화추진단장은
1974년 광주고등학교, 1980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1985년 한국가스공사에 입사했다. 그동안 대외협력팀장, 경영전략실장 등을 거쳐 현재는 통합정보화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1998년 핀란드 헬싱키 경영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경암문학 ‘시’ 부문에서 장원을 수상하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