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하반기부터 그룹 계열사의 단순 IT개발 업무에 대해 오프쇼어 아웃소싱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 IT인력들은 컨설팅 등 보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키텍트로서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동양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정인수 상무는 앞으로는 단순한 개발 업무는 외부에 위탁하고 자체 IT인력은 보다 고도화 된 업무를 수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그룹이 그룹내 IT개발 업무에 대해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시행하게 되면 국내 중견그룹으로서는 최초 사례다. 삼성, LG, SK 등 대그룹은 계열 IT서비스 업체가 해외 설립한 현지법인을 통해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시행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추진한 것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양그룹은 동양종합금융증권의 헬프데스크 시스템 개발을 중국 대련에 있는 IBM 개발센터를 통해 오프쇼어 아웃소싱으로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아웃소싱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정 상무는 “우리나라의 개발 프로세스 특성상 개발 업무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업무만 분리해서 아웃소싱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동양그룹은 올해 초 다시 오프쇼어 아웃소싱에 재도전했다. 그룹 IT계열사인 동양시스템즈를 통해 중국 선양에 위치한 현지 업체와 오프쇼어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첫 테스트로 동양종합금융증권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별로 구축 중인 프로젝트 관리시스템인 ‘ITGS’의 개발 업무를 적용했다. 오프쇼어 아웃소싱으로 진행된 1차 프로젝트는 지난 7월 완료됐다. 동양그룹은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오프쇼어 아웃소싱 추가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중국 업체와의 아웃소싱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졌다.
“이번에 진행된 오프쇼어 아웃소싱도 아직은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쇼어 아웃소싱 추진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이처럼 정 상무가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고 내부 IT인력에 대한 경력관리 때문이다. 정 상무는 “IT개발만 하게 되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온다”면서 “아키텍트로 변해야 IT인력 스스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반드시 단순 개발 업무에 대해서는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정 상무는 현재의 아웃소싱 수준에서 △개발 프로세스 정교화 및 문서화 △ 아웃소싱 제공자와 관리자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아웃소싱 인력의 비즈니스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프쇼어 아웃소싱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동양시스템즈와 동양종합금융증권이 공동으로 출자, 베트남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설립한 조인트벤처를 통해서도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베트남에 있는 조인트벤처의 현지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 중이다. 향후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본격화 하게 되면 여기에 오프쇼어 아웃소싱이 적용될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영역은 웹사이트 개발 등의 분야다. 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설계단계다.
정 상무는 오프쇼어 아웃소싱 추진뿐 아니라 그룹 정보화 추진을 위해서도 정신 없이 지내고 있다. 작년에 그룹IT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장기 로드맵에 맞춰 정보화 사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IT서비스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IT서비스인프라구축 사업은 IT시스템뿐 아니라 프로세스, IT인력, IT위험관리, IT생산성에 대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올해 완료된다. 또 올해부터 IT인프라를 기반으로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전사 조직능력을 향상시키는 체계 내재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 상무는 “시너지 극대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된다”면서 “하나는 비용절감을 위한 시너지 방안과 가치 상승을 위한 시너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절감 부분은 시스템 공동화 및 표준화 작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사시스템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다. 현재 동양그룹은 금융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인사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금융사는 법적 규제로 인해 표준화된 시스템을 개별로 적용하게 된다. 오는 2011년 3월이면 표준화 된 인사시스템을 전 계열사에 적용하게 된다. 계열사 공동으로 가상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치상승 부분은 기존의 선진 사례를 다른 계열사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증권사의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다른 계열사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동양생명에 적용됐고 이후 동양레저, 동양매직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동양그룹은 이외에도 고객의 소리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도 증권, 보험, 레저 등의 계열사에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IT활용능력 극대화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를 통해 현업과 IT의 관계를 좁히고 비즈니스에 관련된 IT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정 상무는 “무엇보다도 비즈니스와 IT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IT가 무엇을 하는지, 현업이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 모두 알 수 있도록 툴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그룹은 오는 2011년에는 IT를 통한 비즈니스 가치창출과 민첩성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여하고 2012년에는 그룹의 IT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동양그룹은 계열사별로 동양메이저가 올해 초 대규모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내년 초 동양매직이 ERP시스템 구축에 착수한다. 이후 동양시스템즈, 동양건설, 한일합섬 등이 ERP를 구축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한일합섬은 올해 중장기정보화전략(ISP)를 별도로 수행해 장기적으로 ERP시스템 구축을 추진토록 할 전략이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