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대규모 ‘재난안전’ 체계 개편 나섰다

최근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는 안전도시 만들기 등 ‘안전한 나라 만들기’ 계획의 일환으로 ‘재난·안전정책연구개발’을 통해 재난안전 관련 법령(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12월말까지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난포커스는 최근 행안부 내부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된 문건을 단독입수했다. 안영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방향’을 따르면 기본법 시행령에 포괄적인 재난의 종류 규정 등 다소 많은 부분을 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재난·안전관리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기본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분산된 재난·안전관리 체계의 문제점과 기본법 개정방향 등을 위한 논의가 지난 7월14일과 지난 8월11일 정부중앙청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재난안전 관련 법령체계 개선 토론회’에서 이뤄졌다.

토론회에는 안영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용섭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홍상 경북대학교 교수, 송철호 경원대학교 교수, 심재현 국립방재연구소 박사, 이상팔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조원철 연세대학교 교수, 소방방재청 공무원 2명,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공무원 10명 등이 참여했다.

기본법 개정은 시행령 개정과 연계된다. 행안부는 ‘재난의 종류’ 세분화, ‘안전’의 개념 변경 등을 포함한 개선안이 마련되면 사전에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돼 추진될 예정이다.

◆14개 부처 100여개로 분산돼=이에 앞서 지난 7월9일 ‘재난의 효율적인 현장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안영훈 연구위원의 ‘국가재난의 효율적인 현장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시설안전, 산업안전 등 ‘안전분야’와 긴급구조 등 ‘재난분야’와 관련해 14개 부처 100여개 이상의 법령으로 분산돼 있는 것이 현 실태이다. 우리나라 위기관리제도는 분야별로 재난관리, 태러대응, 국가기반체계보호, 주요 정보통신기반 시설보호, 민방위, 통합방위, 전시대비 등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분산된 법령체계로 일관성, 연계성 미흡 ▲관련기능의 분산으로 통합 조정이나 업무의 시너지 효과 미흡 ▲안전점검, 검사기능 분산 등의 문제점을 초래한다.

또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에 기반을 둔 현장대응체계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재난안전 분야 책임기관의 수준별로 ‘분권체제’로 정리, 대응수준에 맞는 관련법령의 정비, 지역별 훈련으로 점검 등 체계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으로 행정안전부의 통합 조정력 강화 ▲행안부를 중심으로 해 분산된 유사 중복 법령의 조정 통합 ▲행정안전부 주축으로 1차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능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간 중복계획, 점검, 평가, 교육 등 발굴 및 정비 ▲안전검사 및 점검 기능에 대한 지방이양 사무 발굴 및 정비 ▲규제개혁사무 발굴 및 개선방안 강구 ▲관련 법령상의 연계체계 구축방안 등의 과제가 도출됐다.

◆재난 종류, 일관성 부족=안영훈 연구위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방향’에 따르면 재난관련 법령에는 재난의 종류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다. 기본법 등 재난관련 다수 법령에서 재난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지만 일관성이 없어 혼란스럽다. 재난의 종류가 분야별로 다양하고 법령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 이에 대한 기준 설정도 필요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재난관련 법령들의 기본법으로서 재난의 종류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하지만 기본법은 재난을 자연재해, 사고, 국가기반체계, 전염병으로 구분할 뿐 그 종류가 미비해 종류의 세분화, 일원화가 필요하다.

기본법을 보면 ‘재난’은 원인, ‘재해’는 결과의 개념으로 정의돼 있다. 기본법 3조 1항에 따르면 ‘재난이라 함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자연재해대책법을 보면 ‘재해’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말한다.

기본법은 일본의 ‘재해대책기본법’ 체계가 유사하다. 기본법은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일관성 없이 여러 장에 혼합적으로 규정됐다. 문건에 따르면 재난 관련법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사전재난’과 ‘사후재난’의 구별을 통한 법체계 구성이 효율적이다. 또 법 특성에 따라 재난의 종류를 현 25종에서 49종으로 세분화해야 해야 한다.

재난 관련 법령들을 보면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재난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등과 김소남 한나라당(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은 지난 2008년 10월 소방방재청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낙뢰까지 12종이다. 여기서 자연재해대책법에 ‘조수’를 포함해 13종으로 규정해야 한다.

또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 등 6종에서 22종으로 분류해야 한다. 추가될 사항은 시행령 산불, 다중밀집시설대형사고, 지하철대형화재사고 등 16종이다.

◆‘안전’ 용어 정의, 정리 필요=‘안심’, ‘안정’은 법적 용어라기보다는 ‘안전’의 결과물(심적상태)이다. 안전은 ‘세이프티’(Safety, 안전성)와 ‘시큐리티’(Securyty, 안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안전의 주체는 사람(활동 포함), 물건(시설 포함), 환경(지역과 같은 면적 포함)으로 대상이 점·선·면적으로 분명하다면 모두 포함한다.

미국의 경우 ‘Safety’ 관련 법령이 120개로 ‘Safety limits", "Safety basis’ 등 다른 용어와 결합해 사용된다. 일본의 경우 ‘해양구축물 등에 관한 안전수역의 설정 등에 관한 법률’ 등 약 450여개의 법령 속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별도의 용어정의는 없다. 독일의 경우에도 ‘국민보호법’에 따라 국민보호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용의정의가 없다. 안전관련 법령 및 규정은 84개로 다양하다.

문건에 따르면 안전이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및 국가를 위해하는 모든 형태의 위험·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종합적으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관련업무 행안부로 일원화해야”=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행안부에 설치토록 규정돼 있다. 소방방재청장은 소관 재난에 대한 ‘재난관리책임기관’ 또는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소방방재청장 및 차장 등이 자연재해 및 각종 사고를 전담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구성원으로 포함돼 있다. 이처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기능이 이원화로 통합적 재난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또 총괄조정, 통합을 지원하는 재난대책기구인 ‘중앙안전대책본부’와 현장에서 재난은 직접 처리해야 할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역할에 혼선이 야기된다.

화재의 경우 주무부처의 장으로서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장관,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장은 소방방재청장이다. 산불의 경우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농림수산부장관이며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산림청장(중앙사고수습지원본부장)이다.

화재에 대한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인 소방방재청장이 화재 또는 산불에 대한 중앙사고수습본부장 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인식되는 등 재난관리책임기관과 재난대책기구간 기능 혼선으로 종합적 재난대응체계 구축 지장이 초래된다.

기본법 제15조를 보면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에 대해 형·재정상 조치와 소속 직원의 파견(상근) 및 지원요청, 지역본부장(시·도지사)의 지휘, 중앙수습지원단의 구성 및 현지파견 등의 권한을 가진다.

중앙본부장은 국내외 재난 사례 및 수습체계 분석, 재난 유형벌 수습시나리오 작성, 재난 유형별 전문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상시연락체계 구축, 재난 유형별 물적자원의 파악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재난 유형별 사고조사 기법, 인력 및 장비의 개발 등의 권한을 가진다.

문건에 따르면 현재 행안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이원화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하고 이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 제15조를 개정해야 한다. 또 각종재난안전관리 업무부서도 행안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재난포커스(www.di-focus.com) - 장영광 기자 jang@di-focu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