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걷던 미국 하이테크 구직 시장에 하나둘 채용을 재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량 해고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던 IT 종사자들과 경기가 언제 반등할지 촉각을 곤두세워온 투자자들에게는 가물에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위크는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언제 다시 구인에 나설까?’라는 제하의 기획 보도를 통해 최근 하이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채용 움직임 실제 사례들을 분야별로 나눠 소개했다.
가장 빨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대(對) 정부 관련 분야. 오바마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을 국정 운영의 1차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정부를 지원하는 업무 분야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안전청에 IT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플래티넘솔루션스는 최근 기술서비스직 등 50여명을 고용하는 채용광고를 냈다. 예년 인력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 1년을 버텨왔던 이 회사는 정부에 공급하는 IT 솔루션에 대한 유지·보수 인력을 늘리고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충원을 결정했다. 이 회사의 라일라 로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내부적으로 4명의 충원 담당자를 선정했다”면서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린 IT 등 신산업 분야의 채용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태양광 박막필름업체 헬리오볼트는 1억3000만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지으면서 신규 채용에 나섰다. 아이거 홀버그 부사장은 “클린테크 산업이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면서 “채용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현재 100명의 인원이 두 배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 규모 기업에서 채용이 더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등 대기업들은 아직 인원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소 기업들에서는 IT 전문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화 기술 등 현존하는 하드웨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관점에서 IT 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제 회복기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예매업체인 티켓네트워크 돈 보카로 사장은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때를 대비해 미리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게 경영자가 할 일”이라면서 “앞으로 6개월간 신규 채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일부 IT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새너제이와 보스턴, 시카고 등 대도시를 피해 비교적 임금이 싼 주(州)로 옮겨 전국적인 채용 확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에스펙소프트웨어 제이미 라이언 CIO는 “소프트웨어 판매나 통신솔루션 컨설팅 업체들은 물가나 인건비가 싼 지역이나 해외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하듯, 최근 회계·재무·자문 그룹인 KPMG가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채용 설문 결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KPM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8%가 이제 더이상 하이테크 분야에 인위적인 일자리 감축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고, 응답자 중 50%는 내년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단지 14%만이 내년에도 해고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