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34)디비코

디비코 R&D센터에서 직원들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티빅스와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디비코 R&D센터에서 직원들이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인 티빅스와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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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피터 드러커라 불리는 경영학계의 석학 헤르만 지몬 교수는 최근 그의 역작 ‘히든 챔피언’에서 규모는 작지만 해당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모와 외형보다는 시장에서 확실한 지위를 가진 기업이 지속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도 분당에 본사를 둔 디비코(공동 대표 이지웅·이혁)는 헤르만 지몬 교수가 정의한 히든 챔피언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업체다.

 ◇영상처리 한 우물만 고집=디비코는 멀티미디어 전문 기업이다. 지난 1998년 설립한 이후 영상편집 보드 ‘파이어버드’로 시작해 외장형 저장장치 ‘모모베이’, 이어 디빅스 플레이어 ‘티빅스’까지 영상처리 분야만 고집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디빅스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시장 1위다. 디빅스(Divx)는 ‘디지털 비디오 익스프레스(Digital Video Express)’ 약자로 DVD를 압축한 영상 파일을 말한다. 이를 재생해 주는 기기가 바로 디비코의 대표 제품인 ‘디빅스 플레이어’다.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자체에 내장해 영화·드라마·음악·사진 등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저장하고 TV·프로젝터와 연결해 손쉽게 감상한다. 비디오 테이프나 DVD 없이도 동영상 파일을 대형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쉽게 말해 영상 분야의 ‘MP3플레이어’인 셈이다. MP3플레이어는 음악을, 디빅스는 영상을 재생해 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디비코는 지난 2004년 첫 제품을 내놨다. 국내에서 처음은 아니었지만 초창기부터 디빅스 분야에 발을 담갔다.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점유율을 쑥쑥 올리면서 지금은 ‘부동의 1위’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온라인 마케팅을 맡고 있는 장경환 차장은 “국내 시장에서 판매 대수로 50%, 매출 기준으로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고속 성장 비결=시장에 찬바람이 불었지만 전체 매출도 최근 3∼4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디비코 매출 중 70%는 해외에서 이룬 성과다. 미국을 포함해 호주·러시아·북유럽 등 세계 20여 개에 진출했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시장 수위를 달리고 있다. 2006년에는 중국에 생산·판매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중국에서도 1위에 올랐다. 2007년에는 ‘수출 천만불탑’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수많은 경쟁업체를 제치고 디비코가 국내외 시장에 연착륙한 데는 앞선 기술 때문이었다. 실제 디비코는 기술력으로 ‘제품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윈도XP 파일을 재생하는 기술에 이어 DVD를 PC백업 받은 후 다시 이를 재생하는 ‘쥬크 박스’ 기능을 제일 처음 개발했다. TV 튜너를 탑재해 녹화 기능을 선보인 것도 디비코가 처음이었다. ‘AC3 디코더’와 HDTV 핵심 기술인 ‘HDTV 디코더’를 개발하고 H.264, MKV 등 최신 파일 포맷 기능 등을 제품에 처음으로 적용해 해외 고객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도 디비코는 전체 직원 가운데 절반이 엔지니어다.

 ◇‘디빅스+ PVR’ 제품에 승부수=디비코는 최근 가정용 녹화 저장장치 ‘티빅스PVR(Personal Video Recorder)’를 출시하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티빅스 PVR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디빅스를 찾는 고객은 컴퓨터에 익숙한 마니아 계층이었다. 디비코는 이 제품을 시작으로 일반 고객까지 디빅스 제품 수요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주요 기능도 TV 고객 수준에 맞췄다. HD·디지털케이블·아날로그 방송을 녹화하고 생방송 정지 기능, 놓친 화면도 다시 볼 수 있는 타임 시프팅 기능 등을 추가했다. 티빅스PVR는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09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 투자도 아까지 않았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웹하드 업체와 수익 모델도 고민 중이다.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애플 아이팟·아이튠즈와 같은 ‘서비스+하드웨어’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이지웅 사장은 “PVR와 결합한 모델을 주력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과 북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며 “디비코를 디빅스 플레이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인터뷰-이지웅 디비코 사장

 “디빅스 시장은 MP3플레이어와 닮은 꼴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지웅 디비코 사장(45)은 “시기의 문제지 디빅스 분야는 국내 업체에 충분히 승산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MP3플레이어와 디빅스는 여러 면에서 엇비슷하다. MP3 제품처럼 디빅스를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처음 개발한 게 우리나라다. MP3플레이어가 초기에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저작권 문제로 진통을 겪었듯이 디빅스 분야 역시 저작권 보호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나 MP3플레이어 시장은 결국 초기 제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했지만 4∼5년 후 이를 상품화하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건 엉뚱한 업체였다.

 “디빅스 제품이 처음 나온 게 얼추 2004년이었습니다. 벌써 5년이 흐른 셈입니다. MP3플레이어도 첫 제품이 나온 지 4∼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지금부터 디빅스 수요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국내 업체가 기술 경쟁력은 있지만 영세한 중소업체가 대부분이어서 공격적으로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게 아쉬움입니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CEO다. 제어계측을 전공하고 삼성전자를 거쳐 디비코에 합류하기 전 두인전자에서 근무했다. 그만큼 시장과 기술을 보는 안목이 있다. 단기간에 디빅스 제품 경쟁력을 높인 데도 이 사장의 경력이 한몫을 했다. 그는 “국내에서 첫 제품을 내놓은 이후 세계 시장에서 여러 제품이 나왔지만 품질 만큼은 여전히 디비코 제품이 최고”라고 자신했다. 아직은 디빅스 제품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지만 인터넷 사용 인구가 늘고 개인 소장 디지털 콘텐츠가 증가하면서 단기간 안에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시장조사 업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디빅스 제품 시장 규모는 올해 600만대에서 내년 100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500만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이 사장은 낮은 제품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디빅스 플레이어를 ‘첨단 IT 제품’에서 ‘가전’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이에 맞게 제품도 새로운 제품을 내놨다. “티빅스PVR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입니다. 외관도 거실 환경과 잘 어울리도록 알루미늄 검정 베젤을 입혔습니다. TV 시청자 수준에 맞게 핵심 기능만 집어넣었고 가격 거품을 뺐습니다.”

 한 마디로 마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보급형 모델이라는 것.

 이지웅 시장은 “국내는 물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PC 동영상 파일 등 멀티미디어 재생 능력만을 찾던 데서 네트워크와 녹화 기능 등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고객보다 한 발 앞선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목 이 제품-PVR 6R-2210’

 R-2210은 디비코가 좁은 얼리어댑터 시장을 넘겠다는 포부를 담은 야심작이다. 일반 소비자에 맞춰 디자인을 개선하고 인터페이스 편의성도 높였다. 프로그램 녹화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남녀노소 부담없이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TV 방송 프로그램을 버튼 하나로 손쉽게 녹화하고 생방송을 일시 정시할 수 있는 ‘타임 시프팅’ 기능은 R-2210만의 강점이다.

 제품 크기도 줄였다. PSP 게임기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다. 알루미늄 검정 베젤로 유려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개선했다. 다른 PVR 시스템은 잦은 쓰기·지우기 기능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수명을 단축할 수 있지만 이 제품은 필요한 내용만 저장하는 기능을 제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 특정 시간을 설정해 원하는 채널과 원하는 시간대 방송을 보고 비디오 테이프·캠코더 등에 보관한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 포맷으로 손쉽게 변환해 저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