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디지털 황금기 곧 온다"

삼성전자의 최지성 DMC(완제품) 부문 총괄사장은 DNA에 ’성공’이 내재해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2006년 ’보르도’ TV를 앞세워 소니와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을 때 디지털미디어(DM) 부문을 이끌며 글로벌 무대에서 총성 없이 펼쳐지는 경제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4년 연속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 ’삼성 TV’ 신화의 주역인 그는 이제 세계 TV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2006년 이후 한 번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그가 지난 4일 개막한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09를 둘러보고 기자들과 만났다.

최 사장은 ”2001년 TV를 맡았을 때 누구도 1등 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나의) 방법론에 대해 말이 많았다. 사내에서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렇게 꿈같은 세월이 지났다“고 회고했다.

최 사장은 독일과의 인연이 깊다고 했다. 독일은 그가 1979년 삼성물산에서 근무할 때 신발을 팔러 왔던 곳이다. 진열장에 전시하는 신발도 아니고, 나일론에 가죽을 붙여 포대에 담아 파는 물건이었다.

1985년에는 삼성 반도체통신에 근무하면서 프랑크푸르트에 사무실을 열어 주재원으로 독일 근무를 했다. 삼성이 반도체를 만드는지도 몰랐던 시절에 그는 부임 첫해 100만 달러어치의 반도체를 팔았다.

삼성이 처음 전자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1986년. 뮌헨 일렉트로닉스에 13평 규모로 공간을 얻었다. 올해 IFA 전시회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한 면적이 1천600여 평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최 사장은 ”2002년 IFA 전시회장 규모를 500평으로 늘렸을 때도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걱정했었다“며 ”국내용 TV를 개조해 공간을 채워나갔는데 (규모를 갖추니) 그때야 A브랜드 취급을 해주더라“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A브랜드는 정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업체를 뜻하는 용어이고, B 브랜드는 기획상품 등을 파는 업체를 뜻하는 데 이때까지도 유럽 시장에서 삼성은 B브랜드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최 사장은 ”내년에는 전시회 규모를 좀 더 키우려고 한다“며 ”생활가전 전용관은 덩치를 키워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조직개편으로 생활가전까지 총괄하게 된 최 사장은 ”잘 알려진 외국기업들도 10년, 15년씩 똑같은 제품을 내놓고 있더라. 여기에 기술혁신을 집어넣으면 획기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생활가전은 미국에서 냉장고 매출이 70% 늘었고, 세탁기는 140%가 늘었다“며 ”PC와 생활가전, 디지털카메라도 1위를 하겠다. 내 사전에 2등은 없다. 아직도 배고프다“고 말했다.

실제로 PC는 지난해 5월의 조직 개편에서 통신 부문으로 가져오고 나서 매출이 정확하게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380만대가 팔린 삼성전자 PC의 올해 판매고는 700만대가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다.

그는 디지털 황금기가 곧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다.

최 사장은 ”2006년 IFA 개막식 기조연설 때 디지털 르네상스가 온다고 했더니 소비자 시장이 쇠퇴할 때여서 다들 무슨 소리냐고 안 믿었다“며 ”지금은 TV 시장만 1천억 달러다. 2012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부문에 대해서도 최 사장은 ”2006년 1억1천만대를 판매했고 올해 2억대가 넘는데, 시장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3년 새 두 배가 됐다“며 ”휴대전화는 내가 추구하는 노선으로 가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케팅 비용에 대해 최 사장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이익 낸다고 하는데 나는 늘렸다“며 ”마케팅 비용 줄이는 것은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나는 비용 줄이며 실적 내는 건 싫어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CEO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말에 ”지금도 잠이 안 오는 날이 많다. 고민이 있지만, 고민을 다 털어놓을 수도 없고, 참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에 대해 그는 ”내년에 환율이 1천100원에 가도 올해와 같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승기를 잡았으니 그대로 끌고나가야 한다“며 ”DS(부품) 부문은 경기 사이클이 중요한 데, 경기가 안 좋을 때 DMC 부문이 충격흡수 역할을 하면 되고 경기가 좋을 때는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2등이 1등 따라가기는 쉽지만 1등이 가진 고민은 말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경영계획이 아직 안 나왔고, 3, 4분기도 아직 안 지났지만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최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