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비관세 무역장벽` 표준화로 넘자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에너지 효율 관련 기술규제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WT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중국·EU 등 24개 회원국이 새로 도입한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규제 건수는 68건이다. 2007년 25건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들 국가가 새로 도입하는 관련 기술규제 건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집계 결과 지난 6월까지만 21건에 이른다는 소식이다. 이대로라면 올해에도 60건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정보기술협정(ITA:information technology agreement) 등의 확산으로 관세나 할당제 등을 무기로 한 무역장벽은 허물어지다시피 했다. 높은 관세를 매겨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던 게 고전적인 보호무역주의였다면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규제는 이후 나온 각종 기술규제를 통해 만든 비관세 무역장벽의 새로운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에너지효율관련 기술 규제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가전 제품이나 IT제품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가전 및 IT제품이 전체 수출(작년 422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를 정도로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수출전선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더 심각한 것은 전기·전자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측정하는 국제표준이 정비돼 있지 않을뿐더러 세탁기나 냉장고 등은 유럽방식 제품에 대해서만 측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등 정부가 나서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 전기기술 위원회(IEC) 등 양대 국제 표준화기관 등에 표준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인 국제 표준화 활동과 로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