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적은 싱가포르, 핀란드 등과 달리 5000만명이 먹고 살기 위해선 IT산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산업이 큰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전통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IT와의 융합입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 과정 내내 ‘융합’을 강조했다. ‘IT홀대론’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우리나라는 강소국(인구가 적으면서 소득은 높은 나라)과 다르기 때문에 IT뿐만 아니라 전통제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발언이 와전돼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IT산업이 중요하고, 그동안 IT산업에서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중심이 되어서 다른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고 했다.
그는 “이런 오해때문에 이번 행사(IT5대전략 발표회)에 더욱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IT업계가 다시 힘을 모아 대통령 발언처럼 ‘제 2의 IT 전성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성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학원 10시 금지안을 내놓았으며 여러 견제를 받으면서도 기필코 이뤄냈다”며 “발표한 정책을 앞으로도 계속 챙길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IT 5대전략 발표를 계기로 MB정부의 IT산업에 대한 기존 시각이 크게 보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T특보가 IT 5대 전략의 조정·점검 등에서 역할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새 IT정책 발굴 분야에서 미래기획위원회와 협력하게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정책 발굴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발표회 다음날인 지난 3일 이동통신요금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민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미국의 AT&T의 경우 정부가 아예 회사를 쪼갰다”며 “경제학자로서 자유경쟁이 제한된 현재와 같은 과점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의 의지가 천명된 만큼 실행부처인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움직임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며 “미래기획위원회도 계속 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지난 미래기획위원회 5차 회의는 IT정책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 느껴진다. 현 정부 IT정책이 바뀐 건가.
▲ 이명박 정부는 융합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통부의 기능을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로 이관했다. IT의 중요성을 폄하한 게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5000만명의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 IT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산업이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IT와의 융합이다. IT는 민간이 상당한 역량을 갖춰 상대적으로 정부의 관심이 조금 부족했던 경향은 없지 않았으나 새로 임명된 IT특보를 중심으로 더욱 체계적인 정책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IT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뜻처럼 IT는 녹색성장·휴먼뉴딜을 실현하는 미래 한국의 핵심동력이다.
-MB정부의 IT패러다임 시프트가 시작됐다고 봐도 되는가.
▲MB정부의 IT패러다임 시프트가 분명히 시작됐다. 그간 오해도 있었다. 부족한 것도 있었다. 부족한 부문을 채우고 보완해 오해를 풀도록 하겠다. IT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핵심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미래기획위원회 5차 회의 슬로건이 ‘우리나라의 영원한 힘, IT’였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민간 미래기획위원들과 미래기획단이 오랫동안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딱히 누구 아이디어라고 하기는 힘들고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것을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그 행사를 가장 적절히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IT가 대한민국의 힘이라는 점과 제2의 IT시대가 개막됐다는 말씀을 하셨다.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10대 IT성장동력 품목 선정은 어떻게 이뤄졌다.
▲IT기술과 접목해 가장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분야를 선정했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략에 제시한 ‘산업별 융합 IT센터’ 등 융합기반 조성과 IT융합 원천인 시스템반도체 육성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IT융합은 이전부터 강조해왔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IT고도화 계획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띈다. 향후 계획은.
▲IT역량 고도화없이 융합만으로는 IT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4대 IT고도화 계획도 수립했다. SW분야의 경우 4대 핵심과제외에 불법복제를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방안을 마련할 거다.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은 원천기술과 표준 선점을 위해 민관 공동 R&D 등을 지원하고 장비산업 육성과 연계한다. 통신분야는 와이브로·LTE 등 신규서비스 보급 확산 및 원천기술 확보, 방송분야는 3DTV 등 신규서비스 도입을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DDoS 사태를 계기로 사이버테러 대응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정보보호 산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IT 5대 전략 향후 추진체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방송통신 관련 분야를 방송통신위원회가, IT융합과 다른 분야를 지식경제부가 맡아 추진하게 된다. 또 새로 임명된 IT특보가 이번 전략의 조정·점검 등 실행과정에서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 2의 IT전성시대를 열자”고 언급하신 만큼 방통위, 지식경제부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본다. 이번 발표는 2개 부처가 공동으로 작업하고 번갈아 발표한 만큼 부처 융합에도 새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정부 일각에선 IT를 SW, IT서비스 등으로 한정 짓는 경우도 있는 데 이번 전략 발표에 반도체·LCD·휴대폰 등도 포함됐다. IT에 대한 정의를 새로 정립했나.
▲IT제품에 반도체·LCD·휴대폰이 포함돼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또 이것은 국제 기준이기도 하다. 만약 정부 내에서 시각 혼란이 있다면 바로잡겠다.
-IT와 녹색뉴딜, 휴먼뉴딜과의 관계는.
▲IT는 녹색뉴딜, 휴먼뉴딜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대표적인 그린 IT분야인 스마트그리드는 결국 IT와 전력망의 융합이다. IT와 교통망의 융합에 해당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도 IT기술이 에너지 절약과 저탄소 구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지난 5월 발표한 그린IT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해갈 계획이다. 휴먼뉴딜(중산층 살리기)과 관련해 IPTV를 이용한 공부방 신설, u헬스 등 의료비 및 사교육비 절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인터텟 인프라와 정보보호 기술은 1인 창조기업의 기본 토대다. IT산업 활성화를 통해 녹색성장과 휴먼뉴딜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했는데.
▲IT 5대 전략은 IT산업의 미래 성장동력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그에 따른 혜택이 전국민에게 골고루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현 통신시장은 과점에 따라 경쟁이 제한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정부가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도 거대 통신사업체인 AT&T의 분할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켰다.
-그동안의 행보와 비교해 이번 IT 정책 발표는 아이디어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녹색성장은 20∼30년 장기 비전인 반면 이번 IT미래전략은 당장 진행해야할 중단기 성격이 강했다. 이번 계획은 수 개월간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 민간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등 수백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재원의 한계 때문에 많은 아이디어를 수용하지는 못했다. IT정책 발표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이행과정을 수시로 점검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