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④OLED TV](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7052410_1006163660_b.jpg)
200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가전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소니가 11인치와 27인치 크기의 능동형 유기 발광다이오드(AM OLED) TV를 전격적으로 선보였다. LCD나 PDP TV를 주력 상품으로 출품한 경쟁사들과 달리 소니는 AM OLED라는 전혀 새로운 TV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니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허풍’으로 평가절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TV 시장은 LCD와 PDP가 중심이었고 대부분의 업체들이 화면을 더 크게 만들고 화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하던 시기였다. 또 AM OLED는 기술은 좋지만 양산이 어려워 상용화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해 11월 소니는 11인치 AM OLED TV를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생산이 어려워 실제 상용화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은 “AM OLED는 너무 앞서 있고 비용이 높은데다 사용자들이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개발이 중지된 바 있다. 하지만 AM OLED는 매우 훌륭한 기술이었기에 처음에는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에는 독보적인 수준의 화질 덕분에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해 개발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AM OLED TV가 소니의 부활을 이끌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꿈의 TV, OLED TV’=TV의 LCD 패널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지 않는 탓에 반드시 백라이트유닛(BLU)라는 광원이 있어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LED TV 역시 LED가 종전에 주로 사용하던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하는 광원이다. 하지만 AM OLED TV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다. AM OLED가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이다. 형광 또는 인광 유기물 박막에 전류를 보내면 전자와 정공이 유기물층에서 결합하면서 빛이 발생하는 게 AM OLED의 원리다. AM OLED는 BLU가 없어 LCD TV에 비해 TV를 보다 얇게 만들 수 있고 소비전력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화질은 현존하는 TV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응답속도가 마이크로초(μs) 수준으로 LCD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응답속도가 빠르면 화면에 잔상이 없고 보다 깨끗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AM OLED는 또 어두운 상태에서는 밝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태양광이 비추는 외부 환경에서도 화소마다 휘도와 명암비를 역동적으로 구현해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AM OLED를 ‘꿈의 디스플레이’로 부르는 이유다.
◇세계가 개발=소니는 2007년 AM OLED TV로 단숨에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역시 소니라는 평가도 들었다. 하지만 “소니의 부활을 이끌 것”이라던 소니 회장의 발언은 현재까지 ‘호언장담’에 그치고 있다. 대당 2500달러가 넘는 초고가에, 11인치라는 일반 모니터보다도 작은 화면 등이 외면을 받으면서 소니에게 실질적인 이득은 가져다주지 못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소니는 사업 부진으로 올해 내놓으려 했던 27인치 AM OLED TV를 내년으로 연기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용화는 소니가 빨랐지만 AM OLED를 차세대 거의 모든 TV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국내의 경우 삼성과 LG가 그 중심에 있다.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 2001년 6월 AM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지난 2004년 5월에는 43㎝(17인치) TV용 AM OLED 패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개발한 43㎝ 패널은 1600×1200(UXGA)급 해상도에 휘도의 균일성을 일반 AM OLED보다 배 이상 향상시켰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말 79㎝(31인치) TV용 대형 AM OLED 패널을 개발하면서 역시 세계 최대·최초 기록을 갱신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나아가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FPD 인터내셔널 2008’ 전시회에서 한계로 여겨졌던 102㎝(40인치)대의 벽을 돌파했다.
삼성의 발 빠른 행보에 비해 그동안 더딘 모습을 보였던 LG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로부터 AM OLED 사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AM OLED사업부를 공식 출범시킨 뒤 총 1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통해 3.5세대급 AM OLED 라인을 내년 초 양산 가동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 연말 15인치 AM OLED TV를 내놓으려 준비하고 있다.
LG는 오는 2011년까지는 81㎝(32인치) TV용 AM OLED 패널을 개발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원천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AM OLED 특허를 다수 보유한 미국 이스트만코닥과 기술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핵심 재료업체인 일본 이데미츠코산과도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다.
◇‘한·일 경쟁에 중국 부상’=현재까지 AM OLED TV 시장 역시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본은 민관 공동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니와 샤프·도시바 등 10개 기업과 일본 국립과학기술연구소가 참가하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5년까지 102㎝(40인치) 이상 대화면 AM OLED TV용 패널 양산을 목표로, 총 35억엔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또 다른 ‘복병’도 숨어 있다. 바로 중국이다. 디스플레이 분야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컴퓨터공학부 이창희 교수는 “중국 수뇌부가 공개석상에서 ‘LCD에서 배워서 OLED를 장악하자’라는 얘기를 자주하고 있다”며 중국이 앞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임을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중국도 양안관계를 축으로 한 ‘차이완’ 파워를 앞세워 AM OLED시장을 서서히 넘보고 있다. 존시안테크놀러지는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중국에 AM OLED 패널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66㎝(26인치)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5세대급 AM OLED 패널 라인은 물론 더 큰 대형 TV용 패널을 만들 수 있는 8세대 라인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창희 교수는 “중국이 LCD에서 한국과 대만에 뒤졌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 OLED에서는 세계 시장을 제패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LCD를 집중 육성한 뒤 AM OLED까지 선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도시에서 디스플레이 행사를 개최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