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국내 기업에 매각키로

 하이닉스반도체 주주단이 하이닉스를 국내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올 초 해외 매각설이 불거질 당시 ‘해외에 하이닉스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을 주주단 측이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세계 1위의 국내 메모리 반도체 핵심 기술이 해외에 넘어가는 불상사는 당분간 되풀이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루하게 끌어왔던 하이닉스의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주 하이닉스의 인수합병(M&A) 방식과 절차 등을 담은 안건을 운영위원회에 상정, 100% 동의로 가결됐다고 7일 밝혔다.

 공동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우리투자증권·산업은행은 이번 주내 매각 안내문을 발송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서기로 했다.

 주주단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국내 기업군에 한해 예비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예비입찰 제안서를 받은 이후 본입찰 등을 거쳐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들을 사전 조사해본 결과 국내 기업만 관심을 보여 그 대상을 일단 국내 기업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상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가운데 지난해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29개 기업과 △2007년과 2008년 모두 상호출자제한을 받은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14개 기업 등 총 43곳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LG, 포스코,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GS, 한진, KT, 두산, 한화, STX, LS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 가운데 4∼5곳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단 관계자들도 “반도체 치킨게임 속에서 하이닉스는 세계적인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승자로 당당하게 자리 매김하는 등 기술 및 원가 경쟁력과 영업능력이 검증된 만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M&A 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매각 방침은 하이디스·쌍용자동차 등의 해외 매각과 같이 해외 기업이 핵심 기술만 빼가고 발을 빼는 문제만큼 막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매각이 불발로 끝나게 되면 해외 매각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만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중국 기업이 강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