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에 韓 `벙긋` vs 日·러 `울상`

세계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제조업 경쟁력과 통화가치 변동폭이 각 나라의 희비를 갈라놓고 있다.

두 가지에서 모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무역흑자를 늘리고 있는 반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일본과 러시아 등의 무역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독일, 영국, 러시아 등 15개 주요 교역국들의 지난해 6월 미국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와 올해 6월 통화가치를 비교한 결과 일본,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통화는 모두 가치가 떨어졌으며 평균 절하율은 8.9%였다.

이들 나라 가운데 환율 변동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는 통화가치 하락폭이 크면서 동시에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대만이다.

한국은 통화가치가 분석대상 기간에 21.5% 떨어지면서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27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거뒀다.

대만은 77억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실적을 올렸지만 통화가치 하락률이 8.2%에 그쳐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제조업 경쟁력 최강국인 일본은 이 기간의 통화가치가 오히려 9.3% 절상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급감하고 무역수지가 280억 달러나 악화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일본이 강한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침체한 점이 수출감소 충격을 가중시켰다고 지경부는 분석했다.

중국은 위안화가 0.9%가량 절상되면서 무역수지가 14억 달러 악화했지만 저가제품 수출 구조 덕분에 수출감소율은 21.8%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가장 양호했다.

중국은 올해 독일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수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이 빈약한 자원부국이나 제조업 기반은 약하지만 서비스업이 강한 선진국들의 무역실적도 나빠졌다.

31.1%의 가장 큰 통화가치 낙폭을 보인 러시아는 원유와 석유제품이 수출의 62%를 차지하는 구조여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세계 경기불황으로 원자재 값이 급락한 탓에 무역수지가 무려 575억 달러나 악화했다.

통화가치가 19% 떨어진 영국도 서비스업은 강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약해 환율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영국은 수입 감소폭(33.6%)이 수출 감소폭(33.0%)보다 커 무역수지는 327억 달러 개선됐으나 여전히 무역적자 규모가 603억 달러에 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환율 급등을 기회로 활용해 다른 나라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제조업 때문”이라며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려면 제조업 기반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