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의 급격한 확산으로 공조업계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주요 제약업체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생산라인을 앞다퉈 늘리고 병원마다 플루환자를 치료할 격리실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면서 바이오 클린룸(BCR)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용 공조기 전문업체 RMC코리아(대표 하태용)는 지난달부터 의료기관의 장비주문이 폭주하면서 세균에 오염된 병실공기를 차폐하는 공조기기 재고물량이 일찌감치 바닥났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종합병원은 병실용 공조기 73대를 한꺼번에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대형병원들은 값비싼 설치비용을 이유로 공조장비가 갖춰진 격리실은 대부분 1∼2곳만 설치하고 있다. 회사측은 설치인력과 재고량의 태부족으로 의료계가 요구하는 설비주문량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조설비 전문업체 HNC(대표 임재영)도 신종플루 여파로 급증하는 제약업계의 클린룸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과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초까지 대한결핵협회의 BCG백신 생산라인, 연구동에 공조시설을 남품하는 것을 비롯해 신약개발과 생산을 위한 공조설비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회사측은 또한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공공시설 입구에 설치하는 에어샤워기, 구급요원을 위한 차폐장비 등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HNC는 주력제품인 반도체, LCD용 클린룸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는 제약업계 매출비중이 20%를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룸 전문업체 송화엔지니어링(대표 채희술)도 제약업계의 장비주문에 힘입어 올해 매출목표 300억원 중 바이오 클린룸 비중이 40%에 달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국내 제약업계가 외국계 회사와 경쟁을 위해 첨단시설을 갖추는 추세에 맞춰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에 맞는 헤파필터박스를 출시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 제품은 세균번식이 불가능하고 풍량조절이 쉽고 시공설치가 간편한 장점이 있다. 회사측은 부광약품, CJ제일제당, LG화학의 익산 생명과학공장 등에 잇따라 클린룸 장비를 납품한데 이어 약품측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클린부스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최원종 송화엔지니어링 이사는 “신종플루 확산으로 의료, 제약업계의 공조설비는 당분간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LCD, 반도체용 클린룸을 제조하던 공조업체 대부분이 바이오 분야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