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원 규모의 3차원(3D) 전자지도 구축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2012년까지 25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하기로 한 3D 전자지도 사업의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정책적 종합평가(AHP)가 0.405점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려면 AHP가 0.5를 넘어야 한다.
이에 따라 ‘3D 디지털 국토’를 구현해 콘텐츠·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유독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3D 전자지도 사업은 정책적 필요성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경제성을 따지는 편익비용비율(BCR)이 0.4로 낮게 평가돼 종합 점수가 합격점 밑으로 떨어졌다. BCR가 1이 넘어야 투자 대비 경제성이 있다는 뜻이다.
BCR 평가를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D 전자지도를 구축한 뒤 활용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철도·항만 등 일반 사회간접자본(SOC)은 구축 이후 교통량 등을 계량화할 수 있는 반면에 3D 전자지도는 이를 산술적으로 명확하게 전망하기 힘든데도 기존 SOC 평가방식을 고수했다”며 “정책적 타당성이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도 경제성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평가 통과가 좌절되면서 당장 내년 예산 편성에 3D 전자지도 사업이 제외되는 등 3년간 총 2500억원을 투입해 전국 3D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국토부는 사업변경과 BCR 평가를 보강해 내년 예비타당성 평가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지만, 올해 말 예비타당성 검토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사실상 백지화 과정을 밟은 전망이다.
3D 전자지도 사업 표류로 한국 공간정보(GIS) 산업의 경쟁력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버추얼 3D 도시 모델’을 구축 중이고, 일본은 ‘3D GIS도시계획 시스템’을 개발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또 영국·핀란드·캐나다·홍콩·스위스 등 세계 각국도 정부나 자치단체가 3D 지도 제작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GIS센터장은 “3D 지도는 사이버 국토 인프라 구축의 최종 단계로 향후 국토계획 수립, 재난방지대책 수립 등 공공 분야에 요긴하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u시티, 텔레매틱스 등 파생 시장과 연동된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며 “이미 구글이나 MS와 같은 글로벌 기업은 이 같은 미래가치를 고려해 3차원 지도시장 선점에 나선만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로서는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3차원 지도와 파생 시장에서 영원히 해외에 종속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GIS업체 한 사장은 “일부 인터넷포털에서 항공(위성)사진으로 3D 지도를 제공 중이지만 이는 사진에 불과해 수요자 필요에 따라 가공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A3 크기의 지도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등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라며 “국가가 3D 지도 구축을 포기하면 공신력을 없는 사설 지도가 중복으로 제작되는 등 국가 차원의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