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7주년]IT코리아2.0-세계는 지금 `결론은 뉴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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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향한 뉴IT 정책 방향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IT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내놓은 2조5000억달러(약 3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는 IT가 핵심적 실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IT 투자와 혁신이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새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21세기 어젠다인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지름길,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 전 세계가 IT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왜 ‘뉴 IT’인가=20세기에는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로 철도나 도로, 항만 등 물리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았다.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IT 투자도 비슷한 관점이었다. PC를 보급하고 네트워크를 깔아 인프라를 조성하면 국민 누구나 IT를 접하고 활용하면서 생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조선시대 문맹을 깨치기 위해 한글을 보급했듯, 디지털 문맹을 퇴치한다는 부수적인 목적도 있었다. 당시 IT 투자를 결정했던 정책 입안자들도 어떤 후방효과가 있을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IT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확 바꿔 놓았다.

 생산성 향상은 여타 투자보다 큰 효과를 거뒀다. IT가 생산 현장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2.3% 증가했다. 앞서 20년간 성장한 것보다 2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IT 관련 생산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영국은 8%, 싱가포르는 6%에 각각 이르렀다.

 경제·사회·문화 전반의 패러다임도 바꿔 놓았다. 60억명이 넘는 전 세계 인구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대만 타이베이, 인도 뭄바이의 주식 투자가가 함께 울고 웃는다. 정치와 행정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참여와 개방의 거센 물결을 받아들였고, N세대·모바일족은 손가락 하나로 문화의 트렌드를 바꿔 나가고 있다.

 IT는 아날로그 사회를 디지털 사회로 바꾸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경제 시대,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미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IT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각국이 ‘뉴(NEW) IT’ 정책을 앞다퉈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깨달음 때문이다.

 ◇달라진 관점·접근 방법=흥미로운 것은 ‘뉴 IT’를 바라보는 각국의 관점과 접근 방법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IT 그 자체보다는 IT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일으키는 선순환 작용과 부작용까지 포함해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여기에 환경 위기, 에너지 위기 등 인류의 새 지향점인 ‘그린(Green) IT’까지도 포함해 한층 세련된 모습을 갖췄다.

 지난 1월 유럽의 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을 위한 IT의 역할’은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와 전력을 계량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필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e커머스2.0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지속 가능한 사회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e교육, e헬스 등을 통해 전 국민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필수 과제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IT는 고령화 사회, 빈곤 및 소외, 환경 문제 등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혁신을 일으킬 신기술 트렌드를 파악해 공공 부문에 먼저 적용하려는 시도도 달라진 모습이다. 웹2.0, 웹3.0으로 이어지는 클라우드 컴퓨팅, 개인과 기업의 활용도가 급증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 사물과 사물 간 통신 RFID 등을 공공 서비스나 인프라 구축에 적용해 이후 민간시장 활성화로까지 이끈다는 전략이다.

 예전에는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은 그 인프라를 활용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두 주체가 손잡고 서비스와 수요를 함께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나가고 있다.

 ◇뉴 IT만이 살길이다=각국은 올해 들어 경제 회복을 위한 뉴 IT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총 7870억달러(972조원)의 경기부양법안(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을 내놓은 미국은 교육, 과학기술, 환경·에너지, 의료 4대 분야에 IT를 접목하기로 했다. 브로드밴드를 확충하고 스마트 그리드를 도입해 이 분야와 결합시킨다면 95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구체적 비전도 제시했다. 한마디로 IT로 뉴딜(New Deal)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다.

 EU는 유럽경제회복플랜(European Economic Recovery Plan)을 수립하면서 1년간 50억유로(8조8400억원)를 투입해 브로드밴드를 확충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제고하기로 했다. 또 4세대(G)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1800만유로(318억원)를 연구비로만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같은 투자는 EU 회원국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독일은 모바일 행정부를 구현하는 세부 계획 ‘SimoBIT’를 수립했고, 프랑스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도시까지 브로드밴드를 연결할 계획이다. 영국은 2012년까지 전 가정에 브로드밴드를 보급해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디지털 영국(Digital Britain)’ 계획을 마련했다.

 일본은 경제위기에 대응한 IT 신(新)전략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향후 3년간 3조엔(40조원)을 투자해 40만∼50만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

 태양광 발전, 신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등 환경과 미래를 고려한 녹색 투자도 뉴IT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내년까지 친환경 SOC 투자에 290억달러, 녹색산업 육성에 5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영국은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와 전기자동차에 100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

 류석상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IT 투자는 매몰 비용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수요를 창출하는 투자 비용이라는 평가에 각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사이버테러, 개인정보침해 등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툴을 갖고 있는 국가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