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인상, 주력 수출제품 채산성 악화 전망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이 북미, 유럽항로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해상운임 인상을 시도해 가전·타이어·제지 등 물류비 비중이 큰 일부 품목의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무역협회가 7개 주요 수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해상운임 인상에 따른 품목별 수출 채산성 변동 추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기선사들이 북미·구주 항로지역 운임을 애초 예고대로 80~100% 인상할 경우 수출 마진율은 평균 2.11%P 하락하는 가운데 제지·냉장고·에어컨·세탁기·타이어 등의 마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수출 마진율 감소폭을 보면 선사 운임 인상시 냉장고가 2.7%P 감소한 데 이어 타이어가 2.51%P, 제지와 에어컨이 2.5%P 각각 하락하는 등 적재용적이 크고 수출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품목의 수출가격 대비 물류비 비중은 평균 8.22%에 달했으며 제지(15%), 냉장고(9.19%), 에어컨(9.14%), 세탁기(8.98%) 등의 물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업체의 2분기 중 평균 영업 이익률이 4.12% 수준이어서 해상 운임 인상에 따른 물류비 증대는 관련 업체의 채산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적선사를 비롯해 정기선사들은 지난달부터 4월에 체결한 북미 수출항로의 연간운임계약(SC)을 무시하고 40피트 컨테이너당 500달러, 20피트 컨테이너당 400달러 각각 인상한 데이어 성수기 할증료를 추가로 부과할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또, 구주항로의 경우 8월부터 선사별로 40피트 컨테이너당 300~400달러의 일괄운임인상(GRI)을 시도한데 이어 성수기 할증료 400달러를 추가로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수출 품목의 실제 해상운임은 지난 7월 말에 비해 최대 91%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업계는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물량 감소로 인해 선사들의 경영 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선사들의 일방적이고 대폭적인 운임 인상 시도는 국내 수출기업의 대외 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어 수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은 “올해부터 주요 원자재(유가·동·니켈·아연 등)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해상운임 인상에 따른 대외경쟁력 약화 때문에 국내기업의 수출물량이 줄어들어 해운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수출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해상 운임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사들이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