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IT is everywhere.”
IT가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뉴IT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뉴IT는 IT산업이 기타 산업과 융합하고 사회 각 분야로 스며들어 확산하는 개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즉 IT산업 자체의 고도화를 바탕으로 전 산업과 IT가 융합해 관련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IT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뉴IT가 주목받는 것은 한국의 IT산업에 새로운 변혁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IT산업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우리나라 IT산업은 1986년 전전자교환기 개발과 1995년 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 1990년대 말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IT는 독립된 산업군에 머물렀을 뿐이며 만족할 만큼 타 산업 및 사회시스템으로 확산, 침투하지 못하는 미진한 성과를 거뒀다.
따라서 뉴IT는 기술·산업 간 융합으로 이 같은 IT산업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한국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이 등장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반이 있다”며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아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IT융합을 통한 기술발전과 효율성 증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IT는 혈액 같은 존재’=전통산업, 이른바 굴뚝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업과 해운업, 자동차산업 등은 최근 IT 투자 바람이 거세다. 효율적 의사결정과 비용절감, 고객 확보와 수익창출 등을 위해 IT투자가 필수적인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IT는 더 이상 독립된 산업군이 아니라 타 산업의 발전을 돕는 우리 몸의 혈액같은 존재가 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차량IT혁신센터’ 설립에 들어갔다. 이미 고급 자동차는 IT제품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앞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승부는 IT에서 판가름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운전하고, 외부의 IT 네트워크 및 센서들과 연결돼 스스로 외부 정보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는 유비쿼터스형 자동차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조선업체들도 첨단 IT기기를 이용해 선박 건조 및 지능형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디지털 십야드’ 프로젝트는 위성과 전자칩으로 수십만개의 자재 위치와 조립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며 관리비용의 혁신적인 절감을 이뤄냈다. 현대중공업도 조선소 곳곳에 와이브로망을 구축, 무선으로 모든 공정을 원격관리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운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팬오션 등 해운회사의 홈페이지나 해운 포털 사이트 등을 이용해 화물수송 의뢰에서부터 선적서류의 발급, 세관 업무 및 사후정산까지 전산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위성항법장치 (GPS) 기술을 응용해 선박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용회선(EDI) 및 무선인식(RFID) 기술을 활용해 화물 소재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IT 없는 해운업은 이제는 상상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
◇정부, ‘IT는 융합과 확산’=이 같은 환경변화는 정부에도 새로운 IT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뉴IT전략’과 지난 2일 내놓은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에서 뉴IT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부의 뉴IT전략은 IT산업 고도화를 바탕으로 전 산업과 IT가 융합해 제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고유가·고령화 등 경제·사회 문제 해결에 IT산업이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 보고회에서 “대한민국 제2의 IT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융합시대에 맞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IT를 전 산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산업 간 융합은 IT산업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 이업종 간의 융합은 산업융합IT센터와 같은 민간의 자율적인 융합을 거쳐 동시에 진행된다. 자동차, 조선, 에너지 부문에서 10대 전략융합산업을 만들어 해당 부문의 경쟁력을 높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융합을 촉진하는 핵심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는 국내에서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면 거대산업이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IT산업은 경제·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IT를 활용한 의료기기산업의 기반구축과 디지털병원사업의 해외진출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인터넷해킹, 정보유출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식정보보안산업을 육성하고, 주거생활의 편의를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건설과 IT를 융합한 홈네트워크산업도 육성한다.
이명박정부의 IT전략은 IT839 등 과거의 IT정책과 범위 및 방향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IT산업의 범위를 한층 더 넓게 해석함으로써 전 산업분야로 IT정책의 외연을 확대하고 정부 주도에서 민간과 함께 하는 구도로, 연구개발 위주에서 수요창출 및 기업 간 협력 강화 등의 새로운 전략적 방법을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차별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한 관건은 정부의 의지와 함께 기업 투자 환경의 개선이다. 한국이 단기간에 ‘IT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기업의 투자 환경을 조성해온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 투자가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인만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