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3대 강대국 한국·일본·중국은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내수 침체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IT와 그린을 주목했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들어 처음으로 구체적인 미래 IT 전략을 내놨다. 중국과 일본은 공통적으로 가전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내수 진작과 친환경 산업 육성을 통한 관련 산업 부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IT산업을 전 산업 분야로 확대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더해 일본의 정권 교체에 따른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 등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도 뉴 IT 정책의 효과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한국
한국은 IT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미래 한국의 힘’으로 정하고 IT를 경제 육성은 물론이고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핵심 동력으로 주목했다.
이는 IT 강대국으로 저력을 발휘해온 우리나라가 융합시대에 걸맞은 뉴 IT 전략을 수립함으로써 IT를 전 산업 부문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됐다.
이명박정부 들어 전체적인 IT산업 육성 전략이 나온 것은 처음인데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IT를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기대감이 증폭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초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늘은 대한민국 제2의 IT시대를 열어가는 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국내 생산 1조원 이상 IT융합산업을 10개 이상 창출하고 현재 3개에 그친 100대 SW 및 IT서비스 기업 수를 오는 2013년까지 8개사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 2011년 열리는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3차원 실험방송을 추진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방송통신 서비스와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를 갖춘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IT미래 성장 동력으로 IT융합·SW·주력 IT·방송통신·인터넷 등을 5대 핵심전략으로 정하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총 189조3000억원(정부 14조1000억원, 민간 175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정부는 우선 IT와 조선, 에너지, 자동차 등 기존 산업을 융합한 새로운 10대 IT융합 산업을 창출키로 하고 현재 3개인 산업융합 IT센터를 오는 2012년까지 1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국가 사회간접자본(SOC)에 IT를 접목한 지능형 인프라 구축 마스터 플랜을 연말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SW 분야에서는 이달 중 SW공학센터를 설립,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방형 모바일 OS 민관개발 등과 같은 민관 합동 대형 SW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와이브로, IPTV, 3D TV 등 세계에서 최고 최고 수준의 방송통신서비스를 실시·확대하는 한편, 오는 2012년까지 현재보다 10배(1Gbps) 빠른 초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 미래 인터넷 개발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중국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 경제 위기로 ‘세계의 공장’ 중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철저하게 중국 경제의 큰 흐름과 맞물려 있는 IT산업은 지난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영향을 받았다.
중국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수년간 호황을 누리던 중국 IT 산업은 지난해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 2006년 30%를 훌쩍 넘겼던 성장률이 10%로 떨어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의 초점을 ‘내수’에 맞추면서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IT와 그린뉴딜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위기를 오히려 IT 진흥의 기회로 삼는다는 원칙 아래 경기부양 10대 산업 진흥책에도 IT·전자 산업을 주요 육성 부문으로 포함시켰다. 디스플레이·3세대(G) 이동통신·반도체·소프트웨어 부문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3G 이동통신과 가전산업을 중국 IT 부흥을 위한 쌍끌이 업종으로 집중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G 이동통신을 ‘중국을 세계 속의 IT대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2년간 280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실시 중인 ‘가전하향’은 내수 진작과 기업 살리기, 농촌 지원이라는 세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TV·냉장고·세탁기·휴대전화 등 4대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농민에게 구매가의 13%를 보조금으로 지급, 큰 호응을 얻었다.
하이테크 산업에도 눈을 돌렸다. 지난해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가 발표한 경기부양책에는 하이테크 산업 육성 방안이 포함됐다. 향후 2년간 총 4조위안(5860억달러)규모의 재정 지출을 단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계획에 따르면 이중 45%를 철도·도로 등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고 16억위안(2억3400만달러)을 하이테크 분야에 쏟아붓는다.
하이테크 산업육성 프로젝트에는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에 국가 BT 산업기지와 우주항공 R&D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중국은 4조위안의 경기 부양책과는 별도로 지난 3월 재생에너지 육성 방침을 발표하는 등 그린뉴딜 정책 시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일본보다 많은 2213억달러를 그린뉴딜 정책 시행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인프라 구축과 풍력 에너지 확대 등으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금융 위기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지난해 하반기 일본은 두 차례에 걸쳐 총 38조6000억엔 규모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우선 1단계로 중소기업 등 취약층에 대한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한 뒤 실물경제 침체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인 ‘생활대책’을 발표했다.
일본 역시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된 이래 IT와 가전, 환경 등에서 구체적인 해답을 모색해왔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긍정론에 힘입어 일본 경제는 2분기 들어 미약한 회복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의 경제 안정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가전과 환경, IT를 주목하고 ‘보다 효과적인 수요 진작’을 실현할 수 있는 ‘와이즈 스펜딩(Wise Spending)’ 정책에 착수했다.
니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응한 ‘IT 신전략 3개년 긴급플랜’을 마련, 향후 3년간 IT분야에 3조엔(47조7500억원)을 투자, 40만∼50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 그린 산업 육성을 통한 저탄소 사회 실현과 이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에코포인트 제도’, ‘그린카 보조금 제도’. ‘태양전지발전에 대한 보조금 제도 부활’ 등이 그것이다.
‘일본판 가전하향’이라고 불리는 ‘에코포인트’제도는 꾸준히 확산되면서 경기 부양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자가 에너지 절약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다른 상품 구매에 사용 가능한 ‘에코 포인트’를 주는 제도다. 포인트는 제품 구매가의 5%이며 TV·냉장고·에어컨 등이 해당 품목이다.
일본 정부의 그린 정책 강화에 힘입어 최근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가전 기업들은 리튬이온, 태양열 등 친환경 산업 진출을 속속 선언했다. 농촌 지역의 IT 인프라 보급을 통한 농촌 경제 살리기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함께 54년만의 정권 교체도 IT 산업 활성화에 적지않은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코트라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이양으로 정보기술(IT), 환경, 나노테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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