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라운딩 자주 안하고 스코어 지키기

[묵현상의 골프세상] 라운딩 자주 안하고 스코어 지키기

 한 달에 대여섯 라운드의 골프를 쳐도 스코어가 줄어들지 않아 고민하는 가까운 친구와 얼마 전 플레이를 하게 됐다. 대체로 86타에서 92타 사이의 스코어를 기록하니 정확히 보기 플레이어의 반열에 들어갈 수준이다. 라운딩이 끝나고 이 친구는 내 스코어가 83타가 나온 것에 대단히 불만이 많았나 보다. “너는 연습도 안 하고, 골프도 자주 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80대 초반 스코어를 지키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사실 그렇다. 나는 연습장에도 잘 가지 않고 바쁘다는 핑계로 라운딩도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골프를 친다. 그런데 어떻게 80대 초중반 스코어를 지킬 수 있을까. 비결은 단 세 가지뿐이다. 첫째, 퍼팅 연습을 매일 30분씩 꾸준히 한다. 퍼팅 연습은 집에서도 매트 깔아놓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빠도 할 수 있다. 퇴근 후 저녁 먹은 다음 9시 뉴스를 틀어놓고 그 앞에서 30분 동안 퍼팅 연습을 한다. 그냥 기계적으로 퍼팅을 한다고 연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퍼터 헤드 대신에 쇠로 만든 골프볼이 붙어 있는 연습용 퍼터를 가지고 퍼팅 연습을 한다.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으로 타격을 하지 않으면 볼은 엉뚱한 곳으로 굴러가 버린다. 퍼팅 매트에 목표 방향과 평행하게 아이언 두 개를 철도 레일처럼 놓고 그 사이에서 퍼터 헤드가 움직이도록 볼을 치면서 연습을 한다. 이런 연습을 하면 실전에서 2∼3m 짧은 퍼트는 성공 확률이 80%가 넘는다. 한 라운드에서 내 평균 퍼팅 수는 30개다. 이 수치는 미국 PGA 평균 29개와 비교해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둘째, 할인점에서 7000원 주고 산 야구배트를 들고 밤 늦게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나가서 10분씩 야구 스윙 연습을 한다. 거리를 늘리기 위해 허리와 팔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다. 요즘 이 훈련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두 달 만에 드라이브 샷 거리가 10야드 정도 늘었고 아이언 거리가 한 클럽 정도 늘어나는 바람에 골프 백에서 4번 아이언을 빼 버렸다. 제대로 맞지도 않는 롱 아이언을 쓸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셋째, 하수보다는 고수와 라운딩을 한다. 공식 핸디캡 9을 가지고 있는 내가 한 라운드에서 6개의 핸디캡을 받는 로 싱글 골퍼와의 플레이는-비공식 레슨비는 내기 골프라는 명목으로 항상 갖다 바치지만-코스 공략 전술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특히 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칩 샷과 피치 샷 그리고 퍼팅 노하우는 어느 레슨에서도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연습도 별로 하지 않고 실전 라운딩도 자주 하지 않다 보니 연습 부족으로 인해 전반 9홀의 스코어는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대개 43∼44타를 기록하지만 후반에 가면 ‘펄펄 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스코어가 좋아진다. 버디 한두 개를 포함해서 40타 정도가 후반 9홀의 평균 기록이다.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전반보다는 후반의 내기 금액이 커지는 것이 보통이라 내기 골프 스코어로 환산하면 78∼79타가 되니 캐디피를 내가 내고도 두툼해진 지갑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