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한국 IT수출, 해상운임 인상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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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체(선사)의 과도한 해상운임 인상으로 하반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수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우리나라 현금줄인 IT산업과 전자산업의 수출길에 차질이 예상된다.

 9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 등 국내 선사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선사가 하반기에 해상운임을 80∼10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 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이 감소하자, 수익성 개선차원에서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전자 및 IT 제품, 자동차 등 주력 수출 산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역협회 자체 조사결과, 이 같은 해상운임 인상 시 가전 업계의 수출채산성은 2% 이상 나빠진다. 유럽 항로를 기준으로 청소기가 3.3%포인트(P) 수출 이윤이 악화하고 냉장고(2.7%P), 에어컨(2.5%P), 세탁기(2.18%) 등도 2% 정도 하락한다. 이는 수출가격에서 차지하는 물류비 비중이 냉장고(9.19%), 에어컨(9.14%), 세탁기(8.98%)로 주요 가전제품이 1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선사의 가격 인상이 수출업체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이라는 점이다. 국내 선사업체를 포함한 이들 선사는 지난 4월 체결한 북미 수출항로 연간 운임계약을 무시한 채 지난달부터 FEU(4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500달러를 인상한 데 이어 성수기 할증료를 추가로 부과할 움직임이다.

 유럽 수출항로 역시 8월부터 선사별로 300∼400달러 일괄 운임인상을 시도한 데 이어 성수기 할증료 400달러를 추가로 부과하려 한다. 무역협회는 이 같은 일련의 인상으로 7월 말에 비해 운임이 최대 91% 상승할 것으로 봤다. 유럽(부산→로테르담) 항로는 FEU당 7월 말 1200달러에서 2400달러로 두 배 인상했으며, 북미(부산→LA) 항로 역시 1084달러에서 1984달러로 83% 상승했다.

 수출 업계는 이 같은 일방적이고 대폭적인 운임 인상으로 최근 살아나고 있는 수출기업의 대외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경쟁력 악화는 다시 수출물량 축소로 이어지는만큼 선사업계가 적정 수준에서의 운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백재선 무역협회 하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선사들이 요금으로 압박하면 수출업체는 방법이 없다”며 “국토해양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선주 협회 등을 거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