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첨단 전자장비,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서 오는 2010년이면 전세계 차량용 IT시장이 무려 40조원에 이를 것입니다.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 산업이 아니라 첨단 전자산업으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뉴 IT 전략’이 주목하는 대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2008년 5월6일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IT의 힘입니다. IT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산업간) 융합을 통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2009년 9월2일 미래기획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현 정부의 IT 정책 청사진으로 ‘뉴 IT 전략’을 제시한뒤 IT의 중요성을 누차 역설한 언급들이다. 집권 초기 한때 IT 산업의 위상을 너무 폄하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샀다. 하지만 알고 보면 뉴 IT 전략은 IT 산업에 대한 범국가 차원의 애정, 나아가 ‘욕심’마저 담고 있는 IT 역할론이다. IT 산업 스스로의 경계에서 벗어나 미래 국가 경제, 궁극적으론 우리네 삶까지 책임지는 원대한 비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뉴 IT란 말 그대로 ‘새로운’ IT의 목표다. 타 업종에 IT를 접목해 산업 체질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친환경·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경제사회문제까지 해결하는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IT 산업의 내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뉴 IT가 비록 정책 캐치프레이즈로 탄생하긴 했지만 IT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IT 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던 과거에도 IT의 비전은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절 국가 IT 전략은 새로운 먹거리 품목을 많이 발굴해 내는 데에만 온통 관심을 쏟았던 것이 사실이다. 신규 IT 품목을 다수 창출해 냄으로써 IT 산업 자체의 외형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또한 선진 IT 인프라와 서비스를 남들보다 빨리 도입해 설비 투자와 신규 시장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오랫동안 이어온 정책 관행이었다.
그러나 뉴 IT는 IT산업을 바라보는 지평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IT 산업 내부의 틀을 넘어 여타 산업에 새로운 촉매제가 되고 풍요로운 미래 생활상까지 만들어낸다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자태그와 지능형 센서는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만이 아닌, 만물을 지능형 통신 상대로 변모시키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건설 등 여타 주력 산업도 IT와 만나면서 ‘첨단’ 전통 산업으로 거듭나는 추세다.
여기다 지능형 교통체계,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등 사회간접자본의 고도화에도 IT가 해야 할 일은 많다. 개개인에게 미래 IT는 보다 윤택한 삶을 가져다 줄 핵심 수단이다. 원격 진료 기술을 통한 첨단 의료서비스로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오염·재난재해 방지시스템은 사회 안전망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최근 세계 경제의 녹색 흐름속에서 IT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신생 산업으로 각광받는 발광다이오드(LED)와 태양전지를 비롯해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에 이르기까지 IT를 빼놓고는 거론하기 힘들다.
IT산업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을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킨 주역이자 지금도 경제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제 뉴 IT의 옷을 입고 더 큰 꿈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최근 ‘IT코리아 미래전략’을 통해 한 차원 더 높이 승화됐다. 10대 IT 융합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또한 주력 IT산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공급 기지로 거듭나는 한편 편리하고 앞선 방송통신 서비스 환경을 구현하고 더욱 빠르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5대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뉴 IT가 단지 ‘밑그림’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관심 쏟아야 할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뉴 IT가 최고 가치로 내건 IT와 타 산업의 ‘융합’이 아직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경제·사회·문화 전반과 개인 삶 속에 녹아드는 과정은 더 녹록치 않다. IT코리아 미래전략 연구 기초작업을 맡았던 현창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기술전략본부장은 “우리나라 IT의 인프라와 제조 기술 모두 훌륭하지만 문제는 각 분야에서 활용도가 여전히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결국 IT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라는 마인드가 사회 전반에 공유돼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조선·전력·에너지 등 여타 주력 산업군에서 오랜 기간 IT와의 접목을 시도해왔지만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는 IT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IT 전문 인력 수급 문제가 향후 우리의 발목을 잡을 거대 위협요소로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 흔히 ‘모든 것은 사람에 달려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경우 미래 뉴 IT 세상 곳곳에서 활약할 일꾼들이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현 본부장은 “우리나라 IT의 체력이 정말 강한지, 앞으로 뉴 IT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결국 사람(전문 인력)에 달려 있다”면서 “범국가차원에서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