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은 단순히 섞이는 것이 아니다.
흙과 물, 유약과 불꽃이 한데 어우러져 비취색 도자기를 만들듯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각기 떨어져 있을 땐 전혀 없던 가치가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전 산업계에 ‘융합’의 물결이 넘실댄다. 그 융합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이 바로 IT다. 융합IT는 우리가 세계시장 선두권에 올려놓은 조선, 자동차 등의 전통 제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IT산업 자체의 영역 확장과 새로운 시장을 불러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다. 정부는 최근 ‘IT산업 미래전략’을 마련해 10대 IT융합 산업을 육성하기로 목표를 잡았다. 선언적인 수준으로 실체성은 이제부터 채워나가야 한다.
IT와 전통산업 간 융합을 촉진할 산업IT 융합포럼이 제 모습을 갖고 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조선, 섬유, 바이오·의료, 국방 등과 IT의 융합 방향을 잡고 선도 과제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기구 형태의 포럼이 움직일 때란 것이다.
이론적으로나 장기 비전상 융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산업 속에서 융합이 일어나고 확산되도록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벌써 현대자동차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차량 IT 혁신센터를 가동한 것은 좋은 본보기다.
주력 산업별로 융합의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행 조직을 빨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IT융합 촉진을 위한 융합 거점이 지정되고, 그것을 선도할 전문기업도 육성돼야 한다.
IT융합을 산업 현장에서 상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산업IT 융합센터’도 2012년까지 10개가 지정돼 운영될 예정이다. 산업IT 융합센터는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이 언제든 찾아가 융합과 그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 계획을 짤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된다.
어느 산업시대에나 패러다임은 최종적으로 기술이 바꿔왔다. 융합의 패러다임도 융합기술이 뒷받침될 때 우리 전 산업을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IT융합 기술 개발을 현재 5개 분야에 집중하던 것을 오는 2012년까지 12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융합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필요로 하는 기술도 급속도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융합산업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해에만 706억원을 투입했고, 매년 예산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인력이다. ‘융합 인재’는 융합기술을 산업 곳곳에 적용하는 그야말로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전자공학과 출신 자동차 전문가가 많이 길러져야 한다. 또 조선공학 전공자도 IT에 관한 전문지식을 교과 과정 안에서 배우고 취업과 함께 바로 산업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IT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에서 융복합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IT융복합 인력 양성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나섰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 대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IT융합 분야 교과목을 개발하고, 자동차 및 조선 관련 기업체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 현장 밀착형 사업이다.
이는 생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 역량을 갖춘 인력을 기업의 수요에 맞게 직접 배출함으로써 취업 연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가졌다. 관건은 기업들이 얼마나 교육 과정에 열의를 갖고 참여하느냐다. 기업들이 인력 양성센터에 폭넓게 참여해야만 수요에 맞는 교과과정이 만들어지고, 길러진 사람들이 산업 현장에 파고들 수 있다.
융합은 이론적 명제가 아니라, 실천적 명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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