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은 한국의 불모지다. 온라인게임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비디오게임 성적은 초라하다. 이렇듯 고전을 면치 못하는 비디오게임 시장에 최근 낭보가 전해졌다.
국산 비디오게임 ‘마그나카르타2’가 국내 출시 보름 만에 1만장이 판매되는 흥행 성공을 일궈냈다. 최근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1만장 이상 판매된 타이틀은 세계적 화제작 ‘기어즈 오브 워2’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뿐 아니라 마그나카르타2는 일본 출시 한 달 만에 일본 아마존닷컴에서 X박스 타이틀 부문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그나카르타2는 소프트맥스(대표 정영원)에서 약 5년간 100억원을 들여 제작한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용 대작 롤플레잉게임(RPG)이다. 흥행 가도를 달리는 국산 비디오게임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국산 비디오게임이 나온 셈이다.
◇친절한 정도로 쉬운 진행=마그나카르타2의 첫인상은 ‘쉽다’로 정리할 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에 미소년과 미소녀가 등장하는 분위기는 일본식 RPG에 가깝다.
일본식 RPG의 단점은 지나치게 어렵다는 점이다.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마그나카르타2는 결코 어렵지 않다.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흐름이 비디오게임답지 않게 친절하다. 마치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장점을 갖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편의성을 비디오게임에 더한 것이다. 퀘스트와 관련된 게임 속 캐릭터에 징표가 나타나거나 필수 퀘스트에 필요한 각종 위치가 미니맵에 상세하게 표시되는 등이 그 사례다.
물론 마그나카르타2에는 퍼즐을 풀어가는 듯한 비디오게임의 독특한 재미도 마련돼 있다. ‘비밀 아이템 상자’ 같은 숨겨진 요소가 존재하고 머리를 써야 하는 퀴즈도 곳곳에 등장한다.
◇흥미진진한 전투 시스템=일직선 구조의 RPG에서 전투가 재미없다면 한마디로 팥소 없는 찐빵이다. 마그나카르타2의 전투는 재미있다. ‘체인(Chain)’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이용한 타이밍 싸움과 파티원 교체를 통한 전략성이 살아 있다.
실시간 전투라고 무턱대고 공격을 난사하다 보면 캐릭터의 체력이 바닥나 일시적으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때 필살기를 사용하면 ‘체인’이 발동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다른 캐릭터로 조종을 전환해 전투를 계속할 수 있다. 이 점이 마그나카르타2의 독창적 재미다.
전반적으로 마그나카르타2는 약 40시간 동안 깔끔하게 즐길 만한 비디오게임이다. 전투의 몰입도가 높고 스토리 진행도 탄탄하며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이 친절하다.
물론 엔딩을 보면 흥미를 처음만큼 다시 붙이기 힘들다.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을 한 권 본다는 느낌으로 즐기면 더할 나위 없는 게임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글 비디오게임이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상황에서 마그나카르타2는 그 자체로 큰 가치를 지닌다. 소프트맥스의 차기작이 벌써 궁금해진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