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년은 자살에 실패하고, 기자는 노숙자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여중생을 취재한다. 소년은 모두가 비난하는 소년에게 관심이 있고, 부부에게는 불안한 사정이 있다. 철물점에 한 여자가 톱을 사러 온다. 괴상한 차림의 사람들이 나이트 룸에 있고 노숙자는 도시를 걷는다. 한 청년은 52주 연속으로 로또에 당첨되고, 한 여자는 옛날에 알던 소년이 준 10원짜리 동전을 간직하고 있다. 여공은 밀린 월급을 받고 싶지만 사장은 줄 수 없다.
전주 국제영화제가 10회를 맞아 기획한 영화 ‘황금시대(최익환, 남다정 감독)’는 열 편의 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사실 몇 편의 영화가 러닝 타임을 공유하는 옴니버스는 절대적으로 둘 중 하나다. 졸리거나 안졸리거나. 졸리는 옴니버스는 짧게 단절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관객의 주의를 각 편의 전환 사이에서 놓치게 된 경우다. 재미있을 만하면 끝나버리고 다른 작품이 시작되니 졸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각 영화가 약 10분씩 러닝 타임을 나눠 가진 ‘황금시대’는 돈에 대한 단편 영화를 찍자는 약속만으로 두 감독이 500만원의 제작비를 들고 제각각 시나리오를 마련, 촬영한 영화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발군의 완성도를 보여준 화면이 돋보인다. 스토리텔링의 개연성도 뛰어나고 장르와 톤의 배합도 매우 자연스럽다. 섬뜩한 공포(톱)부터 깐죽거리는 코미디(신자유청년)까지 은근한 시선이 눈에 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