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로 시선을 모았던 ‘나로호’가 수차례 연기 끝에 오후 5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비록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지만 어떤 아이들은 로켓이 날렵하게 허공을 헤엄쳐 가는 모습을 보며 자기 손과 발로 우주에 닿을 꿈을 꾸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는 꿈과 욕망, 그리고 노력은 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 왔다. 아울러 많은 ‘사이언스 키드’를 낳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옆 나라에서 ‘아톰’을 보고 자란 수많은 아이들이 자라서 이족보행로봇 ‘아시모’를 만들어냈듯이 말이다.
각설하고 ‘아톰’에서도 볼 수 있듯 만화는 이러한 무수한 꿈과 상상을 오랜 시간에 걸쳐 현실에 불어넣어 왔다. 이야기와 그림을 활용해 상상력을 극도로 자극하는 이들 만화 작품은 알게 모르게 우리네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고 앞으로도 끼칠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해 그리는 공상과학(SF) 만화의 역할이 여러모로 크다.
하지만 유독 웹툰에서는 이러한 장르가 시도되는 사례가 드물었다. 웹툰 장르 자체가 일기를 웹 공간에 표현하는 데에서 태동한 탓도 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품 대부분이 여전히 장르의 다양성 면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SF는 그 가운데에서도 설정의 어려움과 갖춰야 하는 기반 지식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 때문에 쉽사리 웹툰 장르에서 시도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없진 않다. 비록 실패했지만 나로호 발사를 맞아 이러한 한계를 딛고 SF 장르를 웹툰 영역에 끌고 들어온 용감한 작가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SF 웹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만화창작집단 풍경(이하 팀 풍경)’이다. 박성재·박기봉 콤비로 이뤄진 팀 풍경은 2005년부터 미디어 다음에 연재한 열차탈주극 ‘에스탄시아’로 웹툰 장르에 볼 만한 수준의 SF를 처음으로 끌고 들어온 주역이다. 짜임새 있고 참신한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 진출 등을 거쳐 이듬해부터 스페이스 오페라 ‘블러드 오션’, 2008년부터는 ‘에스탄시아’의 후속 시리즈인 ‘에스탄시아2’를 그려낸다. ‘에스탄시아’가 웹툰을 통한 SF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블러드 오션’은 한층 더 박진감 넘치는 연출과 큰 스케일을 선보이며 발전가도를 달리는 젊은 작가들의 힘을 보여줬다.
이어서 ‘나이트런’의 김성민씨. 네이버에서 올해부터 정식 연재 중인 ‘나이트런’은 별과 별 사이의 이동이 가능해진 우주 시대에 행성을 침식하는 ‘괴수’와 싸우고 있는 인간들, 그리고 괴수 가운데에서도 일반 병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고차원 방어막을 지닌 상위 괴수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인 ‘AB소드’를 쓰는 ‘기사(나이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세밀하면서도 장대한 배경설정, 박력 넘치는 전투 장면들과 함께 오타쿠 계열들을 자극하는 캐릭터 조형을 담아내 정식 연재 전 단계인 도전만화가 게재 시절부터 기존 웹툰과는 사뭇 다른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팀 풍경과 김성민씨의 작품들은 소재 등에서 제자리걸음에 머무르는 인상이 강해지고 있는 웹툰계에서 유독 눈에 띄는 면이 있다. 이는 비단 남들이 안 하는 장르를 선택해서가 아니라 장르를 잘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공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들도 만화로서의 재미와 질이 설정과 참신한 시도란 면에 가리는 등의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지금껏 이들 외에 SF 웹툰에 다른 이들이 딱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이 자기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한편으로 다른 이들에게 만화로서 자극을, 또 독자들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seochnh@manhw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