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년 역사의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전사 프로세스 자산화를 통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전사 체질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으로 정평이 났던 서울우유는 지난해 전사 프로세스 자산화에 돌입한 후 7가지 혁신 과제를 선정하고 올해를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올해 ‘DNA333’이라는 슬로건 아래 업무 속도 30% 향상, 30%의 원가 절감, 매출 3조원을 목표로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수 십년간 닦아온 안정성의 기반에 역동성을 더해 새로운 서울우유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올초 프로세스 혁신팀을 신설하고 전사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조흥원 서울우유 조합장은 “전사적 체질 혁신 활동을 통해 보수성을 탈피해 진취성과 역동성을 갖춘 새로운 조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70년 역사의 서울우유가 변화하고 있다. 동기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해왔다. 서울우유는 다른 기업들과 문화적·구조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조합원들의 공동 이익 추구와 함께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기업으로서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른 장단점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변화가 절실하다. 자신의 일만 책임지면 되는 보수적 업무 습성을 깨고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70년 동안 시장 환경과 기업 환경은 변했고 이에 맞춰 기업의 체질을 바꿔나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게 된 동기다.
-올 4월부터 전사적 프로세스 혁신 활동을 하고 있는데, 목표는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100여 가지 혁신 과제를 도출했다. 이 중 올해 우선적으로 경영지원 및 가공사업을 중심으로 성과관리체계 개선 및 인재육성을 포함하는 7가지 핵심 과제를 선정해 개선할 계획이다. 올해 이 프로세스 혁신을 기반으로 사업계획 목표인 120억원 수익 달성에 주력할 것이다. 초과달성 가능성도 있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분유 재고가 기존 3000톤 수준에서 올해 1000톤으로 줄어드는 등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도 혁신에 동참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서울우유의 주력 사업이었던 유음료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새로운 영역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녹색경영을 선포했듯 2014년까지 생산 및 물류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25% 이상 절감을 목표로 친환경 사업장을 조성하는 데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프로세스 혁신을 주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혁신이 절실해 직원들을 강력히 독려해가고 있으나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우리 조직원들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없진 않다. 저항부터 방관에 이르는 다양한 장애요인들을 이겨나가야 한다. 현재 부서간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 서울우유의 혁신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장애다. 뿌리 박힌 부서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부서간 소통을 강화하고 타 부서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사 458개 업무 프로세스를 자산화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을 접목했다. 서울우유 조합원들이 목적과 과정을 이해하고 있어 결국 목표를 달성해낼 것으로 믿는다. 그를 위한 역량을 집결시켜 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본다.
-조직 문화 혁신에 대한 철학과 목표가 있다면.
▲최근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25년이라고 한다. 서울우유가 70년이란 긴 시간을 큰 변화없이 버텨왔다는 것은 경영 안정성의 증거이지만 기존 체제에 길들여졌다는 의미도 된다. 프로세스 뿐 아니라 문화 혁신을 동반한 체질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 안정성에 진취성을 더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배타성, 폐쇄성을 버려야 한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진취성과 개방성을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곧 날 것이다. 현재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면서 200여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액션러닝(Action Learning)을 확대해 교육을 동반한 전사 프로세스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배우면서 또 실행하는 문제 해결형 학습 조직을 만들어가겠다.
-업계 최초로 지난 7월부터 제조일자 표기를 시행했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이었다.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 이행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가 최초다. 쉽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이라면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행하게 됐다.
-우유와 낙농업 발전을 위해 어떠한 사회적 지원 혹은 사람들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먼저 낙농인 스스로 과거의 아집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서울우유는 몇 년전 우유의 과잉 생산에 따른 폐해를 우려해 계획적 생산감축을 위한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재는 많은 낙농가들이 지지해주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다. 끊임없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낙농 제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웰빙’ ‘다이어트’라는 명목하에 우유를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오해해 우유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낙농산업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유제품에 대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쓰는 미국 정부가 좋은 예다. 60년 이상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군이 미국 정부 정책에 따라 미국에서 우유를 공수해 먹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FTA)을 비롯해 EU, 뉴질랜드 호주 등 전통적 낙농 강국들과 FTA가 확대될 예정이라 국내 낙농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낙농산업 보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