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밑의 자원은 유한하다. 파내다 보면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화석연료가 그렇다.
앞으로 석유는 40년 5개월, 천연가스는 63년 3개월, 석탄은 147년 정도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바닥을 드러낼수록 오르는 가격도 걱정이다.
지난 100여년 간 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화석연료는 고갈이라는 문제에 앞서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지구적 난제를 야기했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신재생에너지다. 태양이나 바람 등 무한한 자연자원을 이용,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최근 고유가로 인해 신재생에너지는 세계적 붐을 일으킨 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매년 30% 이상의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적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베스타스는 수년간 물량에 대해 계약을 끝마친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지난해 고유가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가 맞물려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태양광발전차액은 이미 포화상태며, 전국에 볕 잘 들고 바람 좋은 곳은 이미 태양광과 풍력발전단지 들어섰거나 조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정부지원을 받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만 태양광이 35만846㎾, 태양열 1361만756㎡, 풍력 177만667㎾에 달한다. 제3차 기본계획에 의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보면 현재 폐기물 중심에서 바이오에너지·태양에너지·풍력 등 자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된다. 해양에너지·지열·태양열·풍력 등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현재 비중이 높은 폐기물과 수력의 증가율은 낮을 전망이다.
총 전력생산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율의 목표도 신재생에너지 전망치 등을 감안해 2030년까지 7.7%로 설정하고 풍력·태양광·해양 등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보급 사업은 지방보급사업과 일반보급사업,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공공기관 의무화로 나뉜다. 지방보급 사업은 각 지자체가 대상이며, 지역특성에 적합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활용을 위한 사업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 관계 공무원교육, 홍보 등을 지원하는기반구축사업은 100% 이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설비 설치를 지원하는 시설보조사업은 최대 70%까지 지원해준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이용자나 관련 업체가 대상인 일반보급사업은 상용화되고 인증된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경우 정부가 설치비의 60%를 지원해준다. 지난해에만 383억4900만원이 지급됐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 대국민 보급사업인 그린홈 100만호는 단독 및 공동주택, 그린빌리지가 그 대상이다. 태양광은 생산된 전력을 한전에 되파는 조건으로 최대 60%까지 설치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태양열과 바이오, 지열은 50%까지다. 경제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판단되는 소형풍력은 30%까지 지원해준다.
공공기관의 경우 신축이나 증축, 개축하는 연면적 3000㎡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총 건축공사비의 5%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신·재생에너지 투자비 2473억원을 확보하고, 2만1452TOE의 유류대체 효과를 봤다.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발전차액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융자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시설 설치 투자시 투자 금액의 100분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세연도의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나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R&D투자도 대폭 늘린다. 정부는 그린에너지를 성장동력화하기 위해 R&D부문에 올해 3800억원을 투입하고 2012년까지 1조8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신재생에너지분야에 대한 예산은 올해 1750억원이며, 2010년∼2012년까지는 5800억원으로 책정됐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인터뷰 - 김병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이 동시에 가능한 에너지원으로만 아니라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입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보급을 총괄하는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김병문 소장은 과도한 초기투자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물론 제한된 국토여건과 부족한 기술력, 낮은 경제성이 걸림돌이지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신재생에너지센터가 그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적은 예산과 인력이다.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따라 정원 규모가 57명으로 4명 줄었다. 이 마저도 다 채우지 못했다. 파견 근무와 각종 자료 및 강의 요청으로 인해 본연의 업무 하기도 빠듯하다.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총괄 업무를 불과 40여명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도 5000억원이 채 안된다. 11개 신재생에너지원에 나눠 쓰다보면 남는 게 없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을 국내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로 만들 예정입니다. 관련된 산업규모도 확대하도록 이정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올해 전체 직원을 석·박사 과정에 입학시켰다. 경험은 많은데 이론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재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늦어도 5년 내 전체 직원이 박사학위를 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연관된 산업체들에게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약간의 투자와 기술개발만으로도 신재생에너지 부품제조 사업 등에 참여시켜 연관 산업을 3배 늘린다는 포부다.
예를 들어 자동차 베어링 제조업체에 풍력발전에 쓰이는 베어링의 규격과 재질, 외국제품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해 제품군의 다양화를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규모의 경제로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기술의 경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녹색기술 표준인증 및 국제표준화 작업, 국제협력 등을 통해 시장 창출에서 산업 육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죠.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기술력의 싸움입니다.”
◆인터넷데이터센터도 그린시대 온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첫 선을 보인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인터넷과 IDC는 삶의 방식이나 기업 비즈니스모델 전반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IDC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기업에 고속의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환경을 제공하면서 책상 위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사이버공간의 등장으로 기업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이용자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막대한 전력 소비량과 이에 따른 환경문제 해결은 풀어야 할 숙제다. IDC는 수많은 서버와 냉각장비 등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2008년 IDC를 포함한 전체 서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은 134테라와트(TWh)로 전체 IT 하드웨어 에너지 소비량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IDC는 약 70개로, 전력 사용량이 최근 3년간 연평균 45% 증가해 지난해 11억2000만㎾h의 전력이 소비됐다. 대형 IDC 1개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6만㎿h로, 5개 대형 IDC가 9만 가구 규모의 경기도 광주시 가정용 전력사용량과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 IDC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핵심 기술은 바로 가상화다.
이는 1대의 서버를 마치 10대의 서버가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IDC를 운용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들은 서버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점을 기준으로 서버 대수를 운용하는 탓에 평소 가동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사실상 90% 정도의 서버는 불필요한 공간만 차지한 채, 전기만 소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내 IDC에서 사용하는 서버 대수는 총 35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가상화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서버는 전체의 85% 수준인 30만대 정도다. 만약 모두에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연간 약 2000기가와트(GW)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가상화 SW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SW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오라클, VM웨어 등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2007년 오픈소스 가상화 SW 기업인 젠을 인수한 시트릭스 역시 최근 각종 솔루션을 내놓으며 가상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 SW 기업뿐만이 아니라 IBM·HP 등 서버 기업도 자사 서버에 가상화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IDC의 전력사용량을 전력공급을 효율이 높은 직류 방식으로 전환,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활용하는 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전력 사용량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외기 도입시스템은 동절기인 11∼3월까지의 차가운 공기를 내부로 유입해 항온·항습 비용을 절감하고, 최적의 온도유지를 가능하게 한다.
랙 단위 원격 전력 모니터링 시스템도 추천할 만하다. 전력 사용량을 랙 단위로 측정하고 고객이 인터넷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확인함으로써 정확한 전력 사용량 파악이 가능하다. 더불어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위해 서버와 랙의 배치 구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종전보다 전기 사용량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 편중돼 있는 IDC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IDC가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역에서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고객이 직접 IDC를 방문하는 횟수는 줄어들고, 많은 부분을 원격제어시스템으로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IDC 신축 부지 선정 시 접근성이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효율성이 좋은 지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IDC 지원
정부는 최근 ‘차세대 IDC 그린화 추진 방안’을 수립,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기 위해 오는 2013년까지 총 417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내년부터 그린IDC에 대한 인증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효율 저장장치·그린웨어 등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2013년까지 총 217억원을 들여 IDC 전체의 전력소모를 줄이는 레고형 그린 IDC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IDC 그린화를 위한 기술경쟁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테스트베드 구축·표준화 지원·인증제 도입 등 그린IDC의 조기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도 구축할 방침이다.
최근 KT 목동 IDC에 민관 공동으로 그린 IDC 테스트베드를 구축, 2013년까지 총 81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그린 IDC 인증제’와 관련해 시행이 용이한 서버·스토리지 등 IDC 장비 인증제도를 내년 상반기 중에 도입하고 센터 단위의 IDC 시스템 인증제도는 2011년 중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그린 IDC 인증 장비를 사용하거나, 그린 IDC로 인증받는 경우에는 △조달청 우선구매 △IDC 사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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