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IT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거실, 나아가 가정도 ‘180도’로 바꿔 놓을 것이다. 컨버전스 시대에 ‘라이프 2.0’을 주도할 분야가 바로 홈 네트워크 기술이다. 이미 온 집안 식구가 만나는 거실은 홈 네트워크 허브로 떠올랐다. 다양한 단말과 정보통신 기기가 안방과 거실에 속속 침투 중이다. 케이블TV를 연결하는 디지털 셋톱박스,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해 주는 케이블 모뎀, 인터넷 전화기가 기본 장비로 거실에 깔리고 있다. 여기에 식구마다 지갑처럼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게임기, MP3 제품까지 각종 단말기와 네트워크가 묶이면서 거실이 통합 IT서비스를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통합 IT 서비스 주역, 홈 네트워크=TV·인터넷·전화·이동통신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상호 연동의 중요한 거점으로 거실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속속 출현할 전망이다. 집안의 가전과 디지털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제어하는 홈 네트워크 기술이 새 주거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 사실 홈 서비스는 초기만 해도 가전을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 수준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부인 침입과 화재·가스 누출을 탐지하는 홈 시큐리티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홈 헬스케어 분야로 확장 중이다.
홈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거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날도 조만간 열린다. 정보 가전과 휴대 단말 기술로 각종 멀티 콘텐츠를 거실 혹은 이동할 때 볼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TV·휴대폰 등 디스플레이 화면도 2차원(2D)에서 벗어나 3차원(3D), 나아가 4차원(4D)과 같은 실감 미디어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IPTV·영상전화·디지털 액자 등을 제어해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리고 내려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안방에 앉아 TV 리모컨만을 돌리던 수동적인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선택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경쟁 재점화=홈 네트워크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기술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홈 서비스는 크게 외부 망과 가정을 연결하고 융합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 플랫폼 기술, 거실 내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유·무선 홈 네트워킹 기술, TV 등 정보가전을 지능화한 지능형 정보가전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주는 지능형 단말 기술 네 가지 방향으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인텔·시스코·에릭슨·소니 등 글로벌 기업은 표준 확보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KT·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 등 전자업체와 통신사업자, 서울통신기술·현대통신·코콤 등 지능형 홈 네트워크 전문 기업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케이블TV 사업자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국 1500만 가구에 설치돼 있는 케이블 망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앞장 서고 있다. 집안 거실에 깔린 ‘케이블이라는 넓은 길’을 어떻게 잘 활용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오세영 서울통신기술 사장은 “집안에 있는 PC·디지털 카메라·MP3 제품 등 모든 디지털 가전기기를 하나로 묶고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며 “미래에는 홈 서버에 영화·음악·사진·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린 에너지, 스마트 홈 시대로=나아가 홈 네트워크는 에너지까지 절감하는 쪽으로 기술 진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시범 서비스지만 최근 집안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제품별 대기 전력량을 홈 서버가 알아채고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면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술이 나왔다. 산업계에서는 TV 등 정보가전을 중심으로 한 지능형 홈 중심에서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관리와 절감 흐름까지 반영하는 ‘스마트 홈’으로 홈 네트워크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박찬업 홈 네트워크산업협회 부회장은 “스마트 홈은 지능형 정보·가전·통신기기와 기술에 기반을 둔 거실 중심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분야를 말하며 미래형 녹색 주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 네트워크 기술이 스마트 홈까지 접목하면서 관련 시장은 지난 2008년 3145억달러에서 2013년 6614억달러로 연평균 15.6%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에서도 스마트 홈 기기와 TV 기반 스마트 홈 서비스가 미래 컨버전스 가정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노태석 한국 홈네트워크산업협회 회장(KT 홈 고객부문 사장)
“홈 네트워크 기술이 거실의 진화를 주도할 것입니다.”
노태석 한국 홈 네트워크산업협회 회장(54·KT 사장)은 “앞으로 IPTV·u헬스·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홈 네트워크와 전통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융·복합 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 회장은 “홈 네트워크 분야가 그동안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핵심 서비스가 부족해 시장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전에는 인프라와 기기 산업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해 왔으나 점차 친환경·에너지·헬스케어와 접목해 서비스 중심으로 새롭게 시장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홈 네트워크 산업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실 수요자가 사용하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홈 네트워크 분야를 대표적인 ‘뉴 IT’로 밝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노 회장은 또 맞춤형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 제공을 통한 생활 편의 극대화로 u라이프 실현과 주거 복지를 높일 수 있는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홈 네트워크가 떠올랐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는 물론 국내의 앞선 IT 인프라도 크게 기여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보가전 산업 경쟁력은 세계 4위에 올라 있고, 휴대폰 보급률은 95%, 아파트 보급률도 세계 1위에 랭크돼 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도 수년 동안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홈 네트워크가 에너지 절감, 홈 헬스케어, 홈 엔터테인먼트 등 지속적인 신시장 창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주택·빌딩 등 주거 환경과 기기에 대한 지능화가 이뤄지고 보편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스마트 홈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낙관했다. 이어 노태석 회장은 “스마트 홈 보급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절감, 수질 관리 등 주거 내 환경 관리를 통해 미래형 녹색 주거 환경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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